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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 시인 김형미 |
김형미(김휼)
허락 없이 내 안에서 지는 것들 앞에
두 눈을 감는 것 외엔 달리 무얼 할 수 없었던
나 때는 말이지,
한 잔의 구름은 상상 카페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목숨보다 질긴 청바지가 낭만의 상징이었던
나 때는 말이야,
두근대는 심장을 이리 가볍게 나눠 마실 줄 정말 몰랐어
당신의 그때와 나의 지금이 뒤섞인 라떼는,
뜨거움을 혓바닥을 데고도 끌리는 라떼는 말이지
쓰디쓴 고독에 부드러운 낭만을 곁들인 블랙홀
그것은 내 부름에 대한 너의 몸짓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들으면 들을수록 괜스레 가슴 시린 말
라, 떼,는, 라떼는 말이야,
살아온 거리와 살아갈 거리의 간극이 만들어 낸
환절기의 꿈같은 한때의 이 시간은
열두 색의 옷을 입고 째깍이며 달려가는 봄밤의 이니스프리
그곳에서 회전하는 문
부푼 불안을 조절하는 밀보릿빛 조명 아래
접힌 시간의 페이지를 가진 사람들이
어제의 화사와 오늘의 이해를 음미하는,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그는 9남매로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당시 모두 가난을 천형처럼 안고 살던 시대, 그 역시 부유하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옛 사진을 보면서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했는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쳤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우리를 마음에 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나아가 아버지의 무게를 알게 됐다고 술회한다.
그는 2017년 계간 ‘열린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정식 문단에 늦깎이로 데뷔했다. 지난해 9월 펴낸 첫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수록작 중 ‘가까운 오지’나 표제 시문이 들어있는 ‘호주머니 속의 하늘’ 등은 아버지를 시화한 것들이다. 아버지를 초장에 꺼낸 이유다. 주인공은 목사 시인인 김형미(60·필명 김휼·대한예수교 장로회 송정제일교회 부목사)씨다. 그는 목회자와 시인의 삶을 넘나들고 있다. 그로부터 종교인이자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두루 들어봤다.
그의 시들은 일반 문학 문맥으로 해독이 가능하다. 신앙 쪽으로 기울어버린 경우가 허다하게 많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는 참 현명하게 문학의 길을 타고 있는 듯 보인다. 마치 기도문 혹은 기도문에 버금가는 작품집으로 변질되지 않고 올곧게 문학의 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읽어내는데 전혀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분리수거’ 같은 시는 은근히 기독교적 사상을 투영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참삶을 살아야 분리수거가 잘 되는 것이고, 하나님 앞에서 쭉정이 같은 삶이 가려진다는 취지의 작품이다. 아마 특정 종교의 이념을 무리하게 투영하지 않았기에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일반 독자들이 시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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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바다 행사에 참여한 김 목사 |
그런데 목사이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을까 여겨진다. 문단에 목회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도문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 일반 문학 문법의 범주 안에서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 시를 쓸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 물었다.
“목사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모든 사물을 살피는 일이자, 헤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과 생명이 없는 것들까지 귀 기울여 보면 그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해요. 그럴 때 그들의 입이 돼 때로는 그들을 대변해주고, 그들의 속내를 헤아려 보기도 하는 것이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모든 것들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목회자의 시 쓰기에 대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이나 의식의 안쪽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 올려서 불편한 감정들을 해소시키는 일로 인식한다. 그럼으로 시를 통해 치유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시를 쓰는 이유이라는 설명이다. 자신 안의 슬픔이나 갈등을 시로 승화시켜 자칫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감정들이 어느새 내적 성숙을 가져오게 된 점을 시의 순기능적 요소로 꼽았다.
이런 김 목사에게 언제 시 쓰기를 잘했다고 보는지 질의했더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이해로 그 답을 대신했다.
“시골의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했었죠. 대부분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저희 아버지도 그랬고, 거기다 무뚝뚝하시고 다정하지 않으셔서 충족되지 않은 내 청춘의 결핍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시를 쓰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네요. 비록 살아계셨을 때 그것을 헤아렸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부재하지만 아버지를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된 게 시를 쓰면서부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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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노회 여교역자 월례회 인도 모습. |
목회자와 시인으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정의하는 기독교 안에서 본 문학과 문학 쪽에서 본 기독교는 비교적 선명하게 구분됐다.
먼저 기독교 안에서 본 문학에 대해 성경과 문학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예수님의 말씀은 많은 부분 시의 구성 요소인 은유와 비유로 이뤄져 있다. 성경의 가장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는 시편은 시로서 이뤄진 문학작품이라고 본다. 이처럼 기독교 안에서의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어 시를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을 견지했다
이어 문학 쪽에서 본 기독교에 대해 기독교문학을 바라보는 문학인들의 시각은 호평적이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목사들이 쓰는 시를 하나의 기도문 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전환시킬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 게 김 목사의 바람이다. 신앙인으로서의 영성을 가지고 인간이 경험하는 것들을 깊이 성찰해 시 안에서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학이 신에 대한 합리적인 탐구를 하는 학문이라면, 자신에게 문학 또는 시라는 장르는 사물 속에 신이 부여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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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인들과 성경공부에 나선 김 목사 |
마지막으로 그에게 향후 계획을 듣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죠. 일반인에게 멀어진 시를 읽게 하려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아울러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를 쓸 겁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의 질서와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모든 사물들에 있는 선을 찾아내 시로 풀어내고 싶네요.”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4.12 (일) 20: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