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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청장 |
사고 당시 불산에 직접 노출된 작업자의 사망소식과 불산으로 인해 누렇게 말라버린 농작물 등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 몸소 체험하게 됐고, 화학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갖게된 계기가 됐다.
화학물질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접해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생산요소라는 점, 관련 산업의 지속 성장 추세와 함께 화학물질의 사용은 점증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학사고 예방에 대한 중요성과 문제 인식의 부분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화학사고와 관련한 주요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1986년 인도 보팔 가스누출 사고, 2015년 톈진항 폭발사고, 2020년 바레인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중 보팔 가스누출사고는 안전관리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써 메틸이소시안산 저장탱크 냉각장치를 켜놓지 않고 작동함으로써 폭발과 가스 누출이 동시에 발생한 화학사고에 해당된다.
또, 텐진항 폭파사고는 니트로셀룰로오스가 자연 발화된 후 불이 번지면서 폭약의 원료가 되는 질산암모늄 등의 화학물질의 반응으로 인해 대폭발로 이어지면서 맹독성물질인 시안화나트륨 등이 외부로 유출된 사고이다.
마지막으로 베이루트 폭발사고는 비료로 쓰일 만큼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질산암모늄(2750t 가량)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관리소홀로 인해 폭발과 함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이어지는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빈도가 증가됨에 따라 복합재난 관리에 대한 부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재난은 자연재해에 기술재난이 결합해 나타나는 재난을 말한다.
수해, 지진,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가 산업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지칭하며, 단순한 산업사고보다 환경오염, 물적·인명피해가 크고 복구가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복합재난으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사례로 들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경제개발시대을 견인하는 기반시설로써 가파른 성장을 이루기는 했으나, 기반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대형 복합재난의 발생 가능성은 시간이 흐르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을 산업단지에 집중시키는 산업의 집적화로 생산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었지만 대형 복합재난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지역에 위치한 광양만권은 단일 산단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화학물질 제조·수입량(2022년기준 20.1%, 13.4%)을 자랑하는 여수국가산단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큰 역할에 비례해 위험도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다.
화학 분야 및 연관 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와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국민 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을 전면 개정한 바 있다.
또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해 사고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설치 및 관리기준을 제시해 안전성이 확보된 설비공장에 대해서만 허가를 받아 가동하도록 제도화했다.
이외에도, 허가 후에도 운영중인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점검과 취급시설 검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앙와 지방정부는 유해화학물질 제조, 취급, 유통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점검과 관계자 교육 등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유관기관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합동 방재 훈련 등을 통해 신속한 복구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복합재난을 비롯한 화학사고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 정부, 사업장 운영자는 물론 지역주민을 포함한 일반 국민 모두 안전한 화학물질 취급이 이뤄지도록 화학물질사고 감시체계 마련 등 실천적이고 능동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누구나 익숙하게 아는 단어이다.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에 있어 그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해 우리 모두 협력하고 역량을 모아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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