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휩쓸린 노인 구출…"살려야겠다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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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휩쓸린 노인 구출…"살려야겠다는 생각뿐"

최승일 한결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
사투 끝에 직원들과 함께 구조 성공

최승일 (유)한결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54)가 지난 17일 오후 5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일 (유)한결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54)가 지난 17일 오후 5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일 (유)한결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54)가 지난 17일 오후 5시 사고 당시에 사용했던 나무판자를 들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광주 동구 소태동에서 최승일 대표가 어르신을 구하고 있다.
<폭우 속 맨홀 빠진 노인 구한 최승일씨>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급류 뛰어들어”



동구 소태동 한결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

20분 사투 끝에 직원들과 함께 구조 성공





광주 50대 시민이 폭우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뻔했던 한 어르신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 화제다.

20일 광주 동구 등에 따르면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 (유)한결자동차정비서비스 대표(54)는 지난 17일 오후 5시 폭우에 인근 하천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직원들과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멀리서 한 어르신이 물살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도로에는 흙탕물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최 대표는 주저함 없이 철제 울타리를 잡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거센 물살에 최 대표는 힘에 부쳤고, 온갖 밀려오는 쓰레기나 타이어에 부딪혔지만 전진을 멈출 수 없었다. 가까스로 다가가 어르신의 팔을 붙잡고 빼내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르신의 양 다리에 비로 파손된 아스콘에 걸려 있던 것.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에 나무판자가 들어왔고, 근처에 있던 직원들에게 나무판자를 던지라고 외쳤다. 최 대표와 직원들은 넓은 나무판자로 물길을 막아 노인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후 다시 달려들어 어르신을 잡아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때 설상가상으로 노란색 차량 한 대가 불어난 빗물에 떠내려오면서 점점 최 대표와 어르신을 향해 다가왔다. 자칫 차량에 부딪혀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위험을 인지한 7명의 직원이 곧바로 다가가 승용차를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후 최 대표는 직원으로부터 받은 쇠 지렛대로 아스콘을 들어 올렸고, 어르신 구조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어르신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뒤 잠시 쓰러졌다.

직원들은 어르신을 곧바로 2층 사무실로 옮긴 뒤 난로를 켜 체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119 구급대에 어르신을 인계했다.

다음날 구조된 어르신의 부인과 사위가 공업사를 찾아와 감사 인사와 과일 등 먹거리를 전달했다.

또 어르신이 빨리 완쾌되면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승일 대표는 “헬스, 운동을 즐겨 나름 힘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당시에는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어르신을 보자마자 오로지 구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이 떠내려오는 순간 아찔했지만 직원들의 도움으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빗물도 많이 먹고 당시에는 떠올리기 싫었지만 영상보니까 나도 모르게 뿌듯했다”며 “본능적으로 구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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