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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4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
계엄 사태 1년에도 국회, 5·18 헌법 전문 ‘지지부진’
각 정당 ‘오월정신’ 헌법 수록…정신적 표상 삼아야
12·3 비상계엄을 통해 불의에 맞선 국민들의 저항과 연대의 ‘광주 5·18 정신’이 재조명됐다. 5·18 정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고 파면을 이끌어 낸 밑거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맞이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 논의는 국민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2일 국회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5분께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긴급 담화는 연말을 맞아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던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이어 총기와 방탄 헬멧, 야간 투시경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군용 버스와 트럭, 헬리콥터를 타고 국회로 들이닥쳤다.
4일 새벽 0시 7분께 국회 경내로 들어선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현관을 통한 진입이 여의치 않자 망치와 소총으로 유리창을 깨고 0시 45분께 본청으로 침투했다.
무장한 계엄군을 지켜본 국민들은 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그날처럼 국민들은 민주 헌정을 지키고자 국회로 달려갔다.
이 시각 광주 시민들도 5·18 당시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으로 뛰쳐나왔다.
시민들의 가슴에는 80년 5월 26일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밤, 광주 도심에 울려퍼진 시민군들의 가두 방송을 떠올렸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광주 시민들은 밤새 뜬눈으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과 6시간여 만의 계엄 해제 선언을 지켜보며 광장을 지켰다.
‘불법 계엄에 맞서겠다’는 결의는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선언’ 연석회의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4일 자정이 넘은 시각, 광주시청 실국장 간부 회의에 이어 시청 중회의실에서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대학총장 등 교육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 선언’ 연석회의가 개최됐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일체의 정치적 성격을 띄는 집회나 모임은 처벌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받은 인사들 대부분이 신속히 모였다.
이들은 1시 10분 연석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반헌법적 비상계엄은 무효”라며 “국회의 의결에 따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연석회의 결과를 근거로 광주시와 시민사회는 시민들과의 공조를 강화해 계엄 상황에 적극 대응했다.
지역 시민사회는 이후에도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을 구성해 불의한 권력에 지속적으로 저항했다.
매주 주말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계엄 규탄·탄핵 집회는 윤 전 대통령 파면까지 122일간 47차례 열리며, 헌정 회복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이끌었다.
이처럼 반헌법적 계엄을 막아내고 민주 헌정 질서 안에서 대통령 탄핵과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끌어낸 주역은 ‘시민’이었다.
특히 불의에 맞서면서 민주 헌정을 지켜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45년 전 신군부에 맞서 항거한 ‘5·18의 경험’과 ‘항쟁 정신’이었다.
떄문에 45년 만에 다시 부활한 민주주의 수호와 연대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 민주 헌정의 굳건한 정신적 표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1987년 개헌을 앞두고 등장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 과제로 ‘헌법개정’(개헌)을 선정했다. 개헌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취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개헌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더욱이 국회, 그중에서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는 어떠한 개헌에 대한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지역 정가에서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적극적인 행보를 촉구하고 있다.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회 관장은 “모두가 침묵할 때 끝까지 저항했던 80년 5월 광주는 45년이 지나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등대로 죽은 자들에게 응답하고 있다”며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통해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5·18정신에 빚을 갚아야 할 차례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어 “5·18 항쟁은 시민 스스로 도시를 지켜낸 전무후무한 공동체의 역사였다”면서 “민주공화국의 뿌리로 대한민국 헌법에 반드시 기록되도록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승기 기자 sk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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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2 (화) 19: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