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유럽 테러와 근대 인본주의의 위기

배호남 초당대 교수·문학박사

문제는 이런 유럽의 근대 인본주의적 가치가 좁게는 한 국가의 국경, 넓게는 유럽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열강들은 지난 시기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반성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전(全) 지구적으로 실현하려는데 노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중동이
2016년 09월 05일(월) 19:28
유럽이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민간인에 대한 연쇄 테러가 일어나 사망자 132명, 중상자만 96명이라는 큰 피해가 발생한 이후로, 올해 들어 크고 작은 테러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일련의 테러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라는 점에서 더욱 공포감이 크다.

프랑스 파리에 이어서 벨기에 브리셀, 독일 뷔르츠부르크행 열차 내 테러, 50명 이상이 사망한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 프랑스의 여름 휴양지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독일 뮌헨 총격 테러 등, 이제 유럽 전역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테러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러의 배후세력은 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조직인 IS(Islamic State)인 것으로 밝혀졌다. 탈레반 붕괴 이후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IS는 지난해 1월 프랑스의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총격 테러를 가한 이후로 유럽에서 일어나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해 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발생하는 유럽의 테러는 더이상 IS의 지령을 받고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불리는 자국 내 소외받은 무슬림들이 자생적으로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IS는 자살 폭탄 테러를 위해 조직원을 희생할 필요도 없다. 유럽 서방 세력이 무슬림에 대해 얼마나 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정책을 펼쳐왔는가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유포하면, 평소 자신이 속한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지니고 있던 젊고 미숙한 무슬림 청년들이 이에 반응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테러는 전쟁행위와는 다르게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된다는 점에서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행위이다. 국가 간의 전쟁은 전선(front line)에서 행해지며, 그렇기에 전선에 투입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은 후방에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에는 전선이 없으며 민간인의 일상 자체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문자 그대로 공포(terror)의 대상인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가 지나간 자리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그 불신으로 인해 공동체 자체가 와해 될 위기까지 다다른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무슬림에 대한 보복 테러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이렇게 급부상한 데에는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증오도 한몫했을 수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자국민의 증오심을 다독이는데 혼신을 다하고 있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을 안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맞물려 ‘하나 된 유럽’이라는 EU의 가치가 무너지는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도심 테러 직후 상·하원 연설에서 “유럽연합이 국경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국가별로 국경을 통제할 수밖에 없고, 결국 EU가 해체될 것”이라 경고했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테러범들이 난민들 속에 숨어 들어왔다”면서 국경 통제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자칫 ‘하나 된 유럽’을 기치로 하는 ‘솅겐조약’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 솅겐조약은 EU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국경 출입을 허용하는 조약이다.

물론 자국민에 대한 테러를 국가가 나서 응징하는 행위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근대에 발전되어 온 인본주의(humanism)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누리는 근대 인본주의의 가치는 유럽으로부터 비롯된 바가 크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자유, 평등, 박애라는 근대의 가치가 유럽에 뿌리내렸으며,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공화국이 보편적인 정치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유럽의 근대 인본주의적 가치가 좁게는 한 국가의 국경, 넓게는 유럽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열강들은 지난 시기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반성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전(全) 지구적으로 실현하려는데 노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비민주적, 비인권적 만행에 유럽은 일부러 눈감거나 짐짓 모르는 체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인본주의적 역사가 지금의 유럽에 대한 테러를 불러온 일말의 원인인지도 모른다.

부디 유럽이 최근의 연쇄 테러로 인해 증오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자국민의 죽음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이 분노가 정당하게 행사되지 않고 눈먼 증오로 바뀌는 순간 유럽이 오랫동안 키워오고 지켜왔던 근대 인본주의의 가치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유럽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전 세계 인본주의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유럽의 근대 인본주의적 가치가 좁게는 한 국가의 국경, 넓게는 유럽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열강들은 지난 시기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반성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전(全) 지구적으로 실현하려는데 노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중동이        문제는 이런 유럽의 근대 인본주의적 가치가 좁게는 한 국가의 국경, 넓게는 유럽이라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열강들은 지난 시기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반성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전(全) 지구적으로 실현하려는데 노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여전히 중동이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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