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정영재 광주평화재단 대표

정영재 광주평화재단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2016년 12월 26일(월) 17:55
2000년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출범을 시작으로 우리지역에서 대북교류협력사업을 한 것이 어느 덧 16년이 됐다. 작은 외침으로 시작해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범 시·도민운동으로 발전한 우리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분단 이후 수 십 년 이상 지속된 적대적 대북인식을 완화시키며 우리지역사회의 인도주의운동, 민족화해운동을 발전시켰다.

분단 이후 우리 사회는 북한을 함께 미래를 열어갈 같은 민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으로만 바라보았고, 포용과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갈등과 타도의 대상이었다.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지자체가 앞장선 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에 출범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세계적 차원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대북지원의 환경도 조금씩 개선됐으며, 무엇보다 극심한 식량난에 처한 북한주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에서 꾸준히 북한동포돕기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비롯한 종교계와 민간단체들 그리고 나아가 광주·전남 지자체들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김대중 정부의 포용과 협력에 바탕을 둔 대북정책위에 눈에 띄게 활성화되면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본 궤도에 오른 민간단체와 지자체들의 대북지원활동은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고 긴급구호 위주의 지원에서 농·축산 및 에너지와 보건의료분야의 중장기 개발 협력 사업으로 확대·발전돼 갔다. 2000년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까지의 10년 동안 광주·전남에서 지원 규모도 갈수록 커져갔으며. 처음에 어렵고 힘들었던 북한방문도 많은 분들의 방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조정국면을 거쳐 2010년 5·24조치로 최악의 남북관계가 형성된 이래 민간단체와 지자체들의 대북지원활동은 현재까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갈등관계로 바뀌었고, 야심차게 기획했던 새로운 개발사업들의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며, 이전에 진행했던 대표적인 개발협력 사업들도 모두 중단된 채 7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조금씩 성장해 온 민간단체와 지자체들의 인도적 대북지원활동이 이렇듯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분단된 남북관계의 기본 속성, 즉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본질적으로 대립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분단이라는 본질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민간이나 지자체 차원의 대북지원활동은 언제든 그 독자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방 71년이 지났다. 일시적으로 남북이 화해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비방과 불신만 커지면서 분단은 고착되어가고 골은 더 깊어 가는 것만 같다. 북측은 절대적 일인을 중심으로 한 체제 유지에만 매달리고 있고 남쪽은 이념 갈등으로 안보와 종북이라는 유령 같은 비어에 시달리며 서로 비난과 폄하만 난무하고 있다. 동질성 회복과 화해를 위해서 생각의 전환과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할 때다. 우리는 지난 16년 간 경험을 통해 북한이 도움을 받고도 감사해 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지만 ‘나눔’이 북한의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봅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 올 것이다. 나누지 못하는 세상은 분열만 있을 것이다. 우리의 큰 과제는 화해다. 화해와 협력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야 가능 하는 것이며, 남북 간의 지속적인 관계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동질성회복이 가능한 민간단체와 지자체의 교류협력이 활성화 될 때 이루어지리라 본다. 작금에 이르러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허구이며 국정을 농단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이며, 불확실한 상황이다. 제재와 봉쇄의 대북정책은 결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평화는 무력을 통해 결코 얻어지지 않으며 평화로운 과정과 방법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절실히 새겨본다.

지난 16년 동안 우리지역의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은 남북관계 의 부침과 큰 상관없이 인도주의운동으로서 또한 민족화해운동으로서 평화 통일운동의 역할을 꾸준히 담당해 왔으며, 북한동포들의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고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인도적 대북지원은 북한동포를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동력이 우리 시·도민의 동포애와 통일에 대한 의지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지역의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준비와 역량을 강화해 우리민족의 본질적으로 아픈 과거의 역사를 뛰어넘어 화합과 통합의 길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4·19,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호남의 정신은 통일의 주춧돌이요,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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