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남시론]남북교류협력과 지역사회의 역할 정영재 광주평화재단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17년 05월 29일(월) 19:23 |
그러나 안타깝게도 6·15시대는 8년에서 시계를 멈추었고,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는 9년 동안에 오히려 첨예한 남북대립국면이 조성됨으로써 6·15시대 이전으로 회귀하는 현실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절감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와 함께 남북관계의 시간표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세우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6·15공동선언 이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반추와 성찰을 통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거대한 민족화해의 물결이 한반도를 감싸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6·15공동선언을 통해 중앙정부 주도의 남북관계를 벗어나 민간과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남북교류협력사업 참여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분단의 특수성 탓에 정부 간 교류는 정치와 군사, 외교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민간과 지방정부의 참여를 통한 인도적, 비정치적, 비군사적 분야로 확대함으로써 정부 간 교류의 완충작용과 상승작용을 보완하고, 남북의 신뢰회복과 교류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6·15 공동선언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장기수 송환, 투자보장협정 체결과 수많은 남북경제협력사업, 연 100만명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과 남북철도와 도로 연결, 지방간 교류를 통한 다양한 물자와 대규모 인원의 평양방문, 체육교류 등 평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교류협력이 평화와 공동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통일의 시너지효과를 체험할 수 있었다.
6·15시대 8년의 과정이 그 이전 5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욱 의미가 있었던 점은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즉 서해교전 등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상황에서도 전쟁의 위기를 느끼기보다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평화의식이 우리사회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보니 민간과 지방정부가 남북교류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했던 내용을 보면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의욕과 북한 개방에 대한 성급한 판단, 지역 선점 욕구 등에 기인한 과당경쟁 양상까지 보였던 부분이 있다. 6·15공동선언 이후 봇물처럼 터진 지방정부의 남북교류사업은 정보부족과 준비부족, 예산과 전문 인력 미비, 성과주의로 인해 남북 간에 합의가 쉽지 않았고,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전남과 강원도, 경기도, 제주도 등이 모범적인 지방간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등의 성과도 분명히 있었지만 다시 복원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추진과정에서는 앞서 범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남북협력시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통일은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 교류협력을 통해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과정일 수 밖에 없고, 지방화시대의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에 지방자치단체는 남북교류사업 참여를 통해 전반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수행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지방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도 함께 그려낼 수 있어야만 한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지방적 접근은 지역발전 및 산업의 균형 잡힌 발전을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과거 예를 보면 경기도와 강원도 등 남북접경지역에서는 개성과 금강산을 목표로 하는 배후기지 건설을 통한 관광 및 경협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한 바 있으며, 제주도는 4·3을 승화시킨 평화의 섬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제주도와 백두산을 잇는 관광개발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남북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은 없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빨리 북의 평안남도와 지방단위의 교류협력사업을 정착시킨 경험을 기반으로 북측과의 빠른 신뢰회복을 통해 광주·전남의 산업과 관광,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시급히 수립해야 할 때이다. 광양, 여수, 목포항과 북의 남포와 나진, 선봉을 잇는 동북아 물류 시스템과 농업분야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사업과 경제교류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와 주민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남북사회의 통합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분단 이후 70여년 단절된 남북 간의 교류는 무엇보다도 민족 간의 이질감을 심화시켰으며 이점이 통일과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남북 민족 간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방차원의 남북교류와 주민간의 접촉이 끊임없이 지속된다면 꾸준하게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서서히 사회통합을 이루어 나가면서 통일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