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태 "40년 트라우마 피해자·가해자 ‘함께’ 진상규명 이끌겠다" [광남초대석]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
2020년 01월 13일(월) 0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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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원회 출범이 너무 늦었다. 인력 및 조직 체계 구축을 언제쯤 마무리될 수 있나?
△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진상조사위)는 최대 120명 정도가 활동할 예정이다. 조사관 34명과 전문위원 또는 자문위원 30~50명, 정부 파견 조사관 20~30명 등이다.
지난 8일 열린 3차 5·18진상조사위 전원회의에서 인사규칙 안을 의결했다. 34명의 조사관 모집안이다.
다음 주에 채용 공고 안이 공표될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맡는데 공고부터 채용 결정까지 45일 정도 걸린다.
2월 말이면 채용을 모두 끝낼 것으로 본다. 3월 초 교육을 거쳐 조사계획서를 작성하고, 업무분담을 하면 3월 10일 전후부터 현장 투입이 가능할 것이다.
- 꽤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 맞다.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조사활동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조사위원 9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 이전부터 조사위 준비조직을 꾸리고 활동해왔다.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 인력들이 국방부에서 마련된 ‘진상조사위설립준비단’ 요원으로 활동해왔다.
- 조사인력이 생각보다 적은데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명시된 조사관 인력은 50명이다. 이 중 정부 파견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로 직접 채용하는 인력을 34명에 불과하다. 3급 1명, 4명 3명, 5급 11명, 6급 11명, 7급 8명이다.
때문에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조사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 파견 인력을 조사인력에 포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조사 인력 외에 위원회에서 활동할 요원들은?
△ 현재까지 조사위 준비조직에 각 부처에서 파견된 정부 인원은 15명이다. 이들은 5·18진상조사위 출범과 동시에 조사지원과에 배치됐다. 국방부 행안부 여가부 기재부 방통위 등등 8개 부처이고, 국가기록원 경찰청 파견인력을 현재 자체 선발 중이다.
국방부에는 현재 파견된 인력 외에도 조서 작성을 도울 헌병 등 4명을 추가로 파견 요청할 생각이다. 경찰도 경감급으로 수사요원 2명이 와 있는데 1명 더 추가하고, 대검찰청에도 현직 검사와 검찰 수사관 파견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밖에 위원회 활동이 진척되는 대로 전문위원과 조사보조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과제별, 전문분야별 계약에 의해 활용하겠다. 전체 규모는 예산 범위내에서라고만 규정됐을 뿐, 구체적 숫자는 명시돼 있지 않다. 30~50명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위원 내에는 해당 분야별로 원로 자문위원을 둘 생각이다. 법의학 전문가, 과거에 5·18 조사를 경험한 검사 판사 변호사는 물론이고, 종교계 학계 법학계에서도 선발하겠다.
전문인력은 연구 및 조사 과제에 따라, 자문위원은 특정 사안에 대한 판단과 방향 설정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다.
- 준비단이 해 온 일들에 대해 알려달라
△ 그동안 설립준비단 자문위원으로 와 있으면서 출범이 늦어지면서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재가 이전부터 일했다. 예산은 있었지만 인건비는 반납하고 용역비는 사용했다.
3가지 일에 중점적으로 용역 발주했다. △과거 5·18 선행조사에 대한 분석 △5·18 국방부특조위 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조사계획서 작성을 위한 조사계획 시안 작성이다
그동안의 5·18조사는 무엇이 한계였는지를 파악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향후 조사가 필요한 인물, 현장, 자료 등 조사대상을 설정했다.
선행조사에 대한 분석은 끝났다. 데이터베이스 1차 구축 작업이 완료됐다. 조사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관 검색어를 치면 해당 자료명과 페이지, 주요 내용이 부팅 되도록 만들었다. 조사계획 시안에 대한 중간보고는 지난 9일 받았다.
최단 시일 내 조사위원과 전문위원들이 예비 학습을 하고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온 것이다.
제가 지난 88년 국회 5·18청문회에서 조사계획서를 직접 작성하는 한편 국회광주특위 실무 책임자로 지휘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후에도 정부와 5·18재단에서 근무하며 흐름을 파악하면서 30여 년 이 일을 추적해온 것이다.
- 정당별로 추천한 조사위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예상했던 일이다. 사전에 일부 위원의 과거 발언과 집필내용을 검토하고서 상당한 긴장과 갈등을 예견했다.
이를 해소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공동의 목표 달성과 공동의 인식에 도달하려면 끝장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행했다. 모든 발언을 제지하기 않았고, 더 이상 발언할 내용이 없다할 때까지 보충토론 기회를 제공했다.
세 분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들은 자신들이 소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의결 정족수가 재적 의원 과반수로 돼 있으니 9명 중 5명만 확보해 다수결로 처리하면 본인들이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표결에 대해서만 5시간 토론을 했다. 표결 처리해도 좋다는 만장일치의 결론에 나올 때까지 토론했다. 모든 사안에 대해 합의 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정치적 중립성, 사실의 객관성, 과학적 합리성을 토대로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지난 3일 5·18국립묘역에 가서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는데 한국당 추천 위원들이 진실이 밝혀지면 입장과 진영을 떠나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끝장토론을 통해 위원회의 결속력이 높아지고, 결정의 효율성이 커지면서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 5·18과 관련된 진상조사가 과거 국가기관에서 8~9차례 있었음에도 핵심과제가 미해결로 40년간 남아있는 이유는?
△ 우선 과거 조사가 정치적 사법적 책임이 있는 상층부에 대한 조사에 치우쳤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해자 상층부의 군사반란과 내란목적살인 등에 대해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점이다. 신군부의 대대장급 이상이 주요 타깃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광주현장에서 일어난 각종 인권침해범죄와 학살 암매장 성폭력 등에 대한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가 소홀했다.
가해 책임자인 국가에 대한 범죄와 책임을 입증하는데 주력하다 보니 광주시민에 대한 범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것이다. ‘탑다운’ 방식이었던 조사를 이번엔 현장에서 ‘버텀업’ 방식으로 해보려 한다.
- 5·18 당시 (계엄군의) 실질적 지휘체계와 발포명령체계를 이번엔 밝혀내야 하지 않나?
△ 그동안의 조사는 광주에서의 진압작전을 제대로 재구성되지 못했다. 신군부가 기획했고 시행한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진압작전의 기획 실행자, 지휘자, 책임자, 실권자의 체계를 밝혀야 한다.
발포명령은 긴박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판단, 자위권 차원의 행위였다고 하지만 지난 95년, 96년 5·18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보면 현장지휘관이나 사병은 자위권 확보 명령을 발포명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 투입된 사병들이 어떤 명령에서 사격했는지 발포했는지를 바닥부터 조사해 올라와야 한다. 그러면 차례로 명령권자가 나오고 진압작전이 재구성되는 것은 물론 기획과 시행명령이 재구성될 것이다.
- 아직 공개되지 않은 군과 보안사의 자료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 지금도 미확인 미제출 자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511명의 편의대 요원들이 활동했다는 자료가 있는데 누가 편성했는지, 누가 지휘했는지, 보고체계는 뭔지 자료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또 11공수에서 하사관들로 구성된 사체처리반이 내려왔다는 자료와 증언이 있지만 무슨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 내역과 어떻게 보고했는지, 사체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자료가 없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보안사령관이자 중정부장 서리인 전두환에게 80년 7월 1일 보고한 문건도 확인해야 한다. 또 85년 6월에 ‘광주사태구명위원회’를 만들고 실무책임자인 안기부 2차장에게 백서를 만들도록 했는데 이 자료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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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인권법의 규약과 유엔 인원위원회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가해자 중심에서 탈피해 피해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 중심으로 조사하려 한다.
국제적 진상규명 원칙은 ▲모든 사안에 대한 총체적 진실 조사 ▲피해자 중심 조사와 피해자 속한 가족 등 공동체 경험 조사 ▲정부의 이중적 지위 감시 원칙 세 가지이다.
한마디로 이번 조사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국민과 함께하는 조사여야 한다. 국제적 보편 원칙에 합당한 조사여야 한다. 그렇게 국가보고서를 만들어야 국제적 인정을 받는 것이다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밝힌 것처럼 도덕적, 정치적, 심리적 예단을 배제하고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귀납적 접근을 하려 한다
진실 규명의 목적은 참이냐 거짓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 자료와 증언에 의해 귀납적으로 증명하는 데 있다.
- 지금까지 증언을 거부해온 신군부 핵심은 물론 현장의 계엄군인 등으로부터 진실고백을 이끌어 낼 방도가 있나?
△ 아직 가해자들이 살아 있다. 살상을 저지른 병사들도 트라우마 앓고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광주시민을 살상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고, 후대에 이 사실을 밝히기를 꺼리는 비밀을 갖고 있지만 양심의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5·18 진실을 향한 네비게이션은 아직 켜져 있다.
사회적으로 이들의 고백을 이끌어 내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진실을 고백할 경우 용서하는 장치도 마련할 것이다. 비록 얼굴을 밝힐 수는 없지만 반론권을 보장하고 조사하면 당시 실상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 5·18 진압 작전 최종 책임자로 지목돼 온 전두환 전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위원회는 강제조사권이 없는데
△ 진상조사위원회의 출석 요구서나 방문 조사에 응한다면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응하지 않고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 국회에 특별검사를 요청해서라도 반드시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일국의 대통령 지낸 분으로 그 시대 최고 실권자로서 더 이상 왜곡과 갈등과 분열로 화합하지 못하는 상태를 방치하지 말고, 공권력에 의한 조사가 이뤄지기 이전에 고백하길 바란다.
- 신군부가 5·18에 남북 대치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 관계에 대한 조사도 시급한데
△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신군부는 5·18을 자행한 이유를 남북분단상황에서 찾고 있다. 그래야 계엄선포가 가능하고 광주진압의 명분을 갖기 때문이다.
80년 4월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티토가 사망하자 조문을 간 소련 제1서기장 브레즈네프와 김일성 주석이 만났고 이와 관련해 5월 남침설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국무성과 주한대사, 우리나라 육군 정보참모부는 이와 관련, 남침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신군부가 5월 12일 전군회의에서 남침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고, 이후 계엄을 확대했다. 신군부가 입법·사법·행정 국가권력에 공백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이처럼 신군부는 국제적 관계까지 이용해 5·18을 기획하고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 특히 미국의 자료가 진실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는데
△2017년과 2018년 국방부 특조위에서 28가지 서류를 요청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국방부와 외교부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가려낸 자료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특별법에도 외교적 노력에 대한 규정이 있고 이에 대한 외교부 역할이 규정돼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료를 15년 안에 받아보면 행운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 위원장으로서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 이제 40년이 지났으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손잡을 때도 됐다. 80년 직후부터 우리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얘기를 해왔다. 광주시민들은 그날의 진실을 기다리고 있다
계엄군, 또는 직간접적으로 5·18 진압과 사후처리 관련된 분들의 고백이 이어지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모두가 함께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5·18 파레지아(parrhesia ; 진실을 말하기)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길 바란다.
- 송선태 위원장은
△55년 전남 고흥 출생
△광주일고, 전남대 국문과 졸
△5·18 관련 투옥
△직선제쟁취 광주전남국민운동본부 정책실장
△정상용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5·18광주특위 실무팀장
△국회 이철규변사사건특위 실무팀장
△국무총리실 정무비서관
△광주시의회 전문위원
△무등산공유화재단 상임이사
△5·18재단 상임이사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이성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