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광주 복합쇼핑몰 그리고 공약 주필 겸 전라도인 사장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
2022년 02월 27일(일) 1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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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사전적 의미는 다양한 업태의 소매업체를 한곳에 모아 놓은 대형 상업시설로 정의된다. 대규모 공간에 시장을 보면서 외식을 하거나 문화 예술, 여가 따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복합 시설이다.
쇼핑이 하나의 생활문화로 정착된 현대인들에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공간에서 동시에 보고 먹으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복합쇼핑몰은 분명 매력적인 공간이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 도입으로 복합쇼핑몰 상품 가격조차 상대적으로 싸면서 소비자들에겐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한 도시의 복합쇼핑몰 존재 여부가 그 도시의 문화 수준을 말해주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광주엔 아직 복합쇼핑몰 시설이 없다. 그래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면서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아는 일부 광주 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찾아 멀리 대전이나 수도권까지 원정에 나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광주의 몇몇 여론조사에서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하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지난해 임동 방직공장 부지 용도변경 추진과정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소문이 난 것에서 드러나듯, 복합쇼핑몰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수요는 분명하게 확인된다.
예전에 광주에서도 복합쇼핑몰 건립이 추진된 적이 있다. 신세계백화점 측이 지금 이마트 자리에 특급호텔을 겸한 복합쇼핑몰 건립을 계획했던 것.
신세계는 2015년 5월 광주시와 특급호텔·복합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지만 인근 소상공인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워낙 심했고, 광주시 역시 “판매시설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지구단위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지구단위 계획 철회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공식 기구인 을지로위원회가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당 반대 때문에 광주 복합쇼핑몰 설립이 무산됐다는 국힘당 주장의 근거가 된 것이다.
그 후로도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논란은 지속적으로 있어져 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선 후보가 사적 영역인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난센스이다.
기업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이윤 확보를 전제로 하게 되는데, 복합쇼핑몰도 예외일 수는 없다. 복합쇼핑몰 설립은 순전히 기업 판단의 몫이다. 따라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대놓고 관권 개입을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물론 복합쇼핑몰 설립이 정치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기존 상권이 잠식되기 때문에 현지 상인들이 반발하게 된다.
이때 사업자와 기존 상인, 편의 증진을 희망하는 시민 간의 간극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게 바로 정치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과정 역시 지역사회가 소통을 통해 풀어내야 할 일로, 대선 후보가 가타부타할 대상이 아니다.
대선 후보가 민간시설 유치를 지역공약이랍시고 내놓은 것은 지역사회 갈라치기를 통해 표를 끌어오려는 술책이 아닐 수 없다. 복합쇼핑몰 논란은 유치를 희망하는 시민과 유치를 반대하는 상인들을 갈라놓음으로써 대선 때마다 전략적 투표 행위를 보여 온 광주의 민심을 뒤흔들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군공항 이전 등 풀어야 할 광주의 현안이 수두룩한데도, 국비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민간사업 유치를 지역공약의 전면에 내세운 국힘당의 선거 전략이 참으로 얍삽하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선 7기 광주시 혁신추진위원회는 지난 23일 가진 전체회의에서 지역의 소상공인과 상생하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복합쇼핑몰 유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의 특색이 반영된 ‘광주형 복합쇼핑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나면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합쇼핑몰 유치는 늘 지역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차기 광주시장 당선자는 표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임기 초반 복합쇼핑몰 유치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여균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