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에 노인 무료급식소 ‘속앓이’

도시락 용기값 올라…식단 구성도 난색
"후원 없으면 실질적 운영 어려워" 하소연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2022년 06월 12일(일) 18:28
무료급식소에서 장기간 중단됐던 급식 봉사가 재개된 가운데 광주 남구 사동 분도와안나개미꽃동산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어르신들이 무료 급식소를 찾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광주지역의 어르신 무료급식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다시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던 이곳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의 여파로 다시 한숨에 잠겼다.

한정된 예산과 치솟는 물가에 기존 식단조차 제대로 유지 못 할 정도의 어려움에 처해 어르신들에게 드릴 도시락의 양이나 품질 등을 떨어트릴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전 9시 50분 광주 북구 우산동의 한 공원 앞.

광주 북구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밥차가 일찌감치 도착, 맛있는 한 끼 식사 대접을 위한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무료 배식까지는 1시간이 남았지만 공원 인근은 이미 어르신들로 인산인해였다.

어르신들은 “이게 얼마 만이야”, “저기서 딱 보니깐 알아봤네”라며 손뼉을 치며 2년여 만에 돌아온 밥차를 환영했다.

두암동에 사는 이모씨(65)는 “(자원봉사자들이)참 고맙죠. 전에도 몇 번 와서 봤는데 아침 일찍 나와서 준비한다”며 “요즘 물가도 많이 올라서 힘들 텐데 이런 행사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실외 마스크착용 의무 해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해제된 지난달부터 무료급식 개시를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코로나19 감염에 대비, 올 상반기까지는 도시락 배부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센터 측이 준비한 도시락은 모두 430인분. 바르게살기운동 북구협의회에서 지원을 받아 기존보다 30인분을 더 추가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배급이 시작되자 단 10분 만에 모든 도시락이 동났다.

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1년에 30회가량의 무료급식행사를 진행한 이곳은 올해 행사를 20회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무료급식 후원은 줄고 있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중고에 처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배부되는 도시락에는 고기반찬과 나물 등 3가지 밑반찬이 들어가는데 오른 식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눔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음식값 외에 큰 비용을 차지하는 포장용기 가격도 문제다.

어르신들의 한 끼 도시락 단가는 3500여 원으로, 이중 포장용기값은 500원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납품업체 측의 도움으로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있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세에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후원을 통해 음료수나 과일 등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후원은 줄어들고 물가상승까지 심해 제공하는 음식 구성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구 서동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991년 설립된 분도와안나 개미꽃동산은 이달 7일 ‘사랑의식당’을 재개했다.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이 식당에서는 한 끼에 2700원 수준의 밥과 국, 반찬 3가지를 매일(일요일·공휴일 제외) 찾아오는 100~150명 사이의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일주일마다 준비되는 배식량은 600인분 이상, 한 달이면 2400인분 수준에 달한다.

광주시로부터 인력비와 운영비가 포함된 한 끼에 3000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치솟는 식자재 가격 부담을 사회단체 등 외부 후원으로 충당하며 기존 배식량과 음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광엽 분도와안나 개미꽃동산 사무국장은 “사랑의 식당이 결식 노인분들에게 무료 식사 제공을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최대한 급식 운영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현재는 여러 단체의 후원으로 버티고 있지만 후원이 더 줄어든다면 반찬 가짓수나 양, 그리고 배식일수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상주 직원이 2명밖에 없고 사실상 모든 운영은 자원봉사에 기대고 있다”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광주시는 올해 노인 무료급식소 관련 예산 37억5000만원을 투입해 1인당 3000원을 각 시설에 지원하고 있고 지역 노인 무료급식소는 총 29개소, 현재 4166명의 어르신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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