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와 요리, 모두 사람 살리는 일이죠" [포커스 이사람] 식당 운영하며 두번째 시집 낸 김옥종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
2022년 11월 27일(일) 1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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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종 시인은 “일상에서 느낀 것을 미사여구를 덜어낸 채 시어에 빗대 표현한다. 회를 숙성시켜 한상차림을 내어놓듯 요리사만이 할 수 있는 걸 시로 쓴다”고 밝혔다. |
이런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그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을 찾았다. ‘지도로’. 신안 지도 출신인 그가 고향이름을 따 지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진열돼있는 그의 시집에 눈길이 갔다. 식당 안쪽에는 식객 허영만 작가의 사인과 그의 시에 그림을 더한 시화가 벽에 걸려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시를 쓰게 된 과정과 이번 시집에 대한 애정에 대해 들려줬다.
사실 그는 학창시절 동네에서 주먹으로 이름깨나 날렸다고 한다. 또래들보다 힘이 세기도 했고 강한 상대와 한판 붙어 이길 때 몸에 퍼지는 쾌감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로 나간 백일장에서 그가 쓴 시를 눈여겨본 심사위원들에 의해 처음으로 상장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그의 남다른 감성을 알아봐 준 것이다.
“동생들은 다들 공부를 잘했고 전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싸우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백일장에 나가서 제가 쓴 시로 상을 받은 거죠. 누군가에게 제 능력을 인정받으니 얼떨떨하면서도 그 기분이 싫지 않았어요. 집에 달려가 아버지께 상장을 보여드렸는데 ‘이게 뭐’ 이렇게 반응하셨죠. 그래서 다시 주먹질에 몰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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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김옥종 시인의 시집들. |
그는 머리로 고민하고, 고민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 실험해봐야, 또 그게 손에 익어야 비로소 생각했던 음식을 완성할 수 있는 반면, 시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쓸 수 있다고 했다. 시 쓰기와 요리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는 둘 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이라는 점을 꼽았다.
“시 쓰기와 요리는 모두 사람을 살리는 일이죠. 시는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고, 요리는 주린 배를 채워주니까요. 둘 다 일용할 양식이라는 점에서 같은 거죠. 제가 음식을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지금까진 사람을 자빠뜨리는 일을 했으니 앞으로는 살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서죠.”
그의 시에 마늘쫑과 고추냉이, 깨소금, 육전 등 음식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시집 표제작을 장식한 민어와 낙지, 꼬막, 가오리, 갑오징어 등 해산물도 단골손님이다.
최근 펴낸 ‘잡채’에도 어김없이 음식이 등장한다. 게장과 오징어회, 광어, 농어, 서리태, 닭볶음탕, 라면 등이 그것이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식재료들이 예술로 승화, 활자로 요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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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번째 시집 ‘잡채’를 출간한 뒤 지인들과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 시인 |
삶에서 건져 올린 시들이다. 느낀 것을 솔직하게, 담담하게 써 내리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시각과 미각,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한다. 쉽게 읽히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가 진짜 문학이라는 설명이다.
“요즘은 어려운 시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그런 시를 접할 때면 독자들은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잘 읽히고, 어렵지 않게 이해돼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시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느낀 것을 미사여구를 덜어낸 채 시어에 빗대 표현하는 것 같죠. 회를 숙성시켜서 한상차림을 내어놓 듯 요리사만이 할 수 있는 걸 시로 쓰는 거예요.”
이번 시집을 출간하고 나서 다시 첫 시집 수록작들을 읽어보니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확실히 이전보다 작품이 유려해진 것을 느낀다고 한다. 세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면 더는 시집을 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영감이 다 돼 비슷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면 어김없이 필력이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좋은 시와는 멀어진다는 생각에서다. 그 뒤에는 소설이나 요리책을 펴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세 번째 시집을 끝으로 더는 시집을 내지 않을 생각이지만, 새로운 영감이 생긴다면 쓸 수도 있겠죠. 저에게 요리는 시고, 시는 곧 요리나 다름없어요. 배고플 때 따뜻한 상을 받으면 큰 위로가 되듯, 제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작용했으면 합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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