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운명의 광주전남연구원

주필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2023년 03월 26일(일) 17:10
광주전남연구원 분리 여부가 27일 이사회에서 판가름 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최근 광주전남연구원 이사회에 분리 의견을 제출했다. 지난 이사회 회의에서 분리 여부에 대한 시·도의 의견을 요구한 데 따른 회신이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1991년 전남발전연구원으로 출범했다가 1995년 광주시 출연을 통해 광주전남발전연구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다 2007년에 광주와 전남발전연구원으로 분리됐으며, 2015년 민선 6기 당시 광주·전남 상생 1호 사업으로 다시 통합됐다.

분리와 통합을 반복해온 광주전남연구원이 민선 8기 들어서 다시 분리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앞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16일 제각각 광주전남연구원 효율화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당시 공청회는 기존 시·도의 입장과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분리 찬성입장에 선 김종익 ㈔상생나무 이사장과 박병희 순천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광주전남의 지역적 특성이 다른 만큼 연구수요도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하나의 연구원이 서로 다른 정책 방향을 가진 두 개 자치단체의 정책개발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면 분리 반대 입장의 김선명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분리 주장은 상호 연계와 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람 중심이 아닌 행정구역 중심의 소지역주의로 회귀하자는 주장”이라며 “현재 연구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현재 조건 하에서 처방을 내리는 게 합당한 것이지 소규모 조직으로 분리 시키자는 것은 그동안 투여된 많은 매몰 비용 및 노력, 현재 산출되고 있는 성과들을 원점으로 되돌려 버리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지역 시민단체들은 분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광주진보연대·광주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지난 23일 공동 성명을 통해 광주전남연구원의 재분리를 원점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시는 공청회를 개최한 지 5일 만에 연구원 이사회에 ‘재분리’ 의견을 제출하고, 열흘 만에 이사회를 통해서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마저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광주시의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는 만큼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의 분리 주장은 연구원이 자신들의 이해대로 연구 성과물을 내주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비롯된다. 이는 그러나 시·도의 정책을 학술적인 방법으로 정당화시키는 ‘종속적 연구원’ 만들기에만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본래 연구원 설립목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연구원은 시·도 행정기관의 입맛에 맞는 연구물을 뽑아내는 거수기가 아니다. 연구원은 다양한 연구 분석을 통해 지역발전의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바로 잡도록 비판하는 곳이다. 이게 가능할 때라야 비로소 지역발전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연구원 분리는 연구기관 본래의 역할을 축소하는 일이요, 기능을 제한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연구원 통합과 분리의 이면에는 늘 새로운 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입장이 강하게 작용했다. 현안 해법을 제시해야 할 지역 최대 싱크탱크가 4년마다 바뀌는 정치적 입김에 휘둘려서야 어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연구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일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시·도의 눈치를 보느라 연구 자체를 포기했던 지난 관행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학자적 양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과거 분리된 연구원을 통합했던 것은 각자 연구원에서 따로 연구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너지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뿌리인 광주·전남 상생정신도 한몫을 했다.

지방은 지금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 영남지역의 초광역화 추진이 그 일환이다. 연구원 분리는 초광역화 추세와 통합의 시대를 역행하는 잘못된 선택이다.

광주전남연구원 이사회는 시·도 기획조정실장 등 당연직 5명, 선임직 14명 등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분리가 통과되기 위해서는 13명 이상(재적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오늘 열리는 연구원 이사회가 양 시·도의 행정 편의적 재분리 각본에 맞춘 단순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소신대로 분리 여부를 결정해 줄 것을 이사회 참석위원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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