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더 테레사의 뒤센 미소를 보기만 해도 백승현 대동문화 미디어본부장 광남일보 gn@gwangnam.co.kr |
| 2023년 08월 10일(목) 1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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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현 대동문화 미디어본부장 |
의사는 혀를 끌끌 차더니, 우선 당뇨 수치가 위험 수위에까지 올라갔으니 그것을 끌어내리는 약물치료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당뇨는 유리잔 다루듯이 조심조심 다루지 않으면 나중에 깨져서 환자를 베게 만듭니다. 평생 안고 가야 합니다.” 이렇게 의사답지 않은 문학적인 멘트를 날렸다.
“당뇨 측정기를 사서 꾸준하게 수치를 재보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되 음주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내려놓으시오. 정기적으로 내원하시오.” 내뱉듯이 최후의 처방을 내렸다.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모든 생명의 희망이다. 하지만 생로병사가 우리의 숙명이라서 병에 걸리지 않고 평생 지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내 몸의 병도 평생동안 함께 살자고 껴안는 것이 긍정적인 투병 태도일 것이다.
당뇨 수치가 점점 올라가던 지난 학기에 대학 평생교육원 ‘원예 심리 치료’ 과정에 다녔다. 원예 심리 치료는 꽃과 식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원예 활동을 통해 신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퇴근 후 매주 한 번씩 강의를 듣고 현장 체험 학습을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시험을 거쳐 민간 자격증을 주는 과정이었다.
강의를 할 때마다 꽃다발, 압화, 테라리움, 프리저브드(보존화), 화분 등 원예작품을 만들어 집으로 가져오느라 작은 아파트 베란다가 아예 꽃밭이 됐다. 작품에 마음을 담아 인사말을 적어서 주위에 꽃선물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15주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뒤센 미소라는 것을 알았다. 19세기 프랑스의 기욤 뒤센이라는 정서 심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뒤센 미소(Duchenne’s Smile)라고 이름했다. 뒤센은 실험군에 양초, 과일, 웃는 아기, 꽃 사진 등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양초 사진 77%, 과일 사진 90%, 아기 사진 90%, 꽃 사진 100%의 결과로 실험군이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중에 심리학자들은 더 정밀한 실험을 통해, 천연 미소를 지을 때와 억지 미소를 지을 때의 얼굴 근육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천연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명명했다.
뒤센 미소를 지으면 뇌가 자극돼 ‘알파파’가 분비된다고 한다. 이 알파파는 심신을 최적의 모드로 맞춰주기 때문에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안정된 심리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대인 관계와 비즈니스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꽃과 함께하는 생활이 긍정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쳐 결국 삶을 긍정적으로 고양시킨다는 것이다.
원예치료 강의를 받은 수료생들과 자원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혹시 원예치료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봉사활동을 하자는 뜻이 모였다. 누구에게나 마음꽃을 피워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자는 마음이 모인 것도 강의 중에 공부한 ‘마더 테레사 효과’ 때문이었다.
1988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원들은 한 그룹의 자원봉사자들에게 테레사 수녀가 인도 캘커타에서 자선 활동을 하는 영상을 보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2차 세계대전 때의 히틀러의 전쟁 활동에 대한 영상을 보도록 했다. 이후 연구원들은 혈액 속에 방출되는 물질인 면역글로블린 A의 농도를 측정했다. 마더 테레사의 이타적인 행동을 본 사람들은 면역글로블린 A의 농도가 갑작스럽게 급증했고, 히틀러의 행동을 본 사람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타적이고 친절한 행동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실험 결과와 함께 연구팀은 이 효과를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명명했다. 테레사 효과는 선행을 한 그 시점에 잠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지속되는데, 이런 상태를 가리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명명했다.
당뇨병 환자인 나는 이제부터 갈등을 부추기거나, 싸우는 스토리라인이 지배적인 연극이나 영화를 보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감동을 주는 공연을 보리라 다짐한다. 화가들이 힘겹게 쌓아올린 아름다움의 결정체인 그림 작품을 자주 보면서 알파파가 발생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내 마음의 근육량을 자꾸 늘려가야겠다. 행복에 대한, 선행에 대한, 삶의 긍정에 대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문화 나눔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 이렇게 다짐해본다.
가장 쉬운 접근은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게 기회가 제공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취미를 기반으로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나가는 자발적 활동이다.
코로나19 이후 정신 건강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가 새로운 문화예술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예술을 통한 회복력 운동(ResiliArt movement)’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예술의 공공적 역할과 사회적 치유를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도 생활예술을 통한 예방과 치유를 중요한 이슈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런 정책 변화는 전문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무대 확산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모두 생활 문화예술을 통한 마음 회복력 운동으로 실패와 두려움을 극복하자.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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