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 ‘시즌 2’에 거는 기대

정현아 경제부장

광남일보 @gwangnam.co.kr
2023년 11월 26일(일) 19:01
[데스크칼럼] 대한민국 1호 상생형 지역 일자리, 지자체 주도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 23년 만의 국내 자동차공장….

화려한 수식어가 달린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GGM) 태동에 지역민들은 반신반의했다. 2014년 민선6기 광주시의 핵심사업 선정 이후 전담부서가 신설되고 이듬해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 전국 확산’이 대통령 국정과제로 확정되면서 굴지의 기업 현대차가 사업참여 의사를 밝히고 노동계도 발을 들여놓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냉담했다. 광주에 완성차 제조공장이 더 들어서는 게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일까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실제 이 사업은 공장 착공 이후에도 노동계의 ‘노사민정 합의’ 파기 선언 등 변수로 중간중간 삐걱거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21년 9월 GGM은 첫 생산차인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 양산에 성공했다. 약속대로 고비용 저효율이란 국내 제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노사상생 일자리 모델로 안착했다.

GGM은 2년만에 누적생산 10만대를 돌파했다. 또 625명을 신규 고용했다. 무엇보다 34세 이하 청년(76%)과 광주·전남 출신 지역인재(96%)를 대거 채용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위축됐던 제조업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에는 전기차 생산에 뛰어든다. 지난 4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캐스퍼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다음달 10일까지 가동 준비를 거쳐 내년 2월부터 6월까지 전기차를 시험생산한 뒤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기차 양산과 함께 400명 가량 추가 인력채용을 통해 2교대 인력체계도 정착시킬 방침이다. 취업 가뭄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전기차 양산이 본격화하면 수출을 병행하고 생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자동차 생산 전문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광태 초대 대표이사는 특유의 포용적 리더십을 앞세워 젊은 직원들과 융화하며 큰 잡음없이 임무를 마쳤다. 박 대표이사의 공식 임기는 지난 2일 끝이 났다. 차기 대표이사는 오는 12월 초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새 대표로는 현대자동차 부사장을 지낸 전남 강진 출신 자동차 전문가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즌 2’를 여는 새 대표에게 주어진 첫 미션은 캐스퍼 전기차의 양산 일정을 차질없이 맞추는 것이다. 안전하게 공장 설비를 구축하고 무결점 제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는 2교대 근무 정착을 위한 지역 일자리 창출도 포함돼 있다.

또 하나 시급한 과제는 사원복지 확대다.

광주형 일자리의 뼈대는 ‘반값 연봉+복지혜택’이다. 노·사의 대타협으로 임금은 낮추되 주거·문화·보육시설 지원 등 이른바 사회적 임금으로 그만큼 일자리를 더 늘리자는 게 취지다. 하지만 복지기반을 구축하는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이직자가 생기는 등 불만이 쌓이고 있다.

사원주택 건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이용 저조 우려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개방형체육관도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강구해 서둘러 개관해야 한다. 또 운영비 지원이 끊겨 논란이 일고 있는 공동직장어린이집과 관련해 보육 차질이 없도록 세심한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공장 안정화를 위해 후속차종 물량 확보도 필수적이다. 불황 장기화와 경차시장 위축에 기존 캐스퍼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에 선보일 캐스퍼 전기차 역시 전기차 차종이 다양하지 않은 경차시장에서 충분한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더불어 경차시장의 한계가 분명한데다 ‘연비효율이 떨어져 이점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는 게 현실이다. GGM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다행히 GGM은 언제든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설비와 새로운 라인을 설치하지 않고도 다른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생산능력도 연 최대 10만대에 달한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비해 안정적인 위탁물량 수주에 적극 나서야겠다.

새 대표가 이끌 GGM의 ‘시즌2’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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