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 자락에 우뚝선 ‘희경루’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4년 07월 03일(수) 18:36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아침세평] 광주천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광주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희경루가 5월부터 시민들로 북적였다.

희경루는 ‘함께 기뻐하고 축하한다’는 의미를 가진 누각으로 광주시가 지난 2018년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복원작업을 시작해서 지난해 9월 중건했다.

희경루의 역사는 1450년 광주목사에 부임한 안철석으로부터 시작한다. 조선왕조가 시작되면서 각 군현에서는 도심 중심부에 지역의 대표성을 지닌 건축물을 마련했다.

중앙관리들이 지방을 순회할 때, 그곳에서 관리들을 접객하거나 연회를 베풀었다.

광주목사에 부임한 안철석은 옛 공복루 터에 새로운 누각을 짓기로 했고, 1451년 그 누각이 완성됐다.

광주는 이 시기쯤 광주목에서 한 단계 낮은 무진군으로 강등돼 있었는데, 마침 누각이 지어진 그 해에 예문제학 이선제 등이 문종 임금께 상소를 올리고 노력해 광주목으로 다시 승격됐다.

온 고을 사람들이 함께 기뻐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 지어진 누각의 이름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한다는 ‘희경루’(喜慶樓)라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문장가인 신숙주는 희경루가 ‘남북 5칸, 동서 4칸으로 장엄해 동방에서 제일가는 루(樓)’라 칭했다.

또 조선 전기 문신으로 시·서·화에 능했던 심언광은 ‘사시(四時)의 변천과 만상의 아름다움 등 무릇 한 고을의 뛰어난 경치를 희경루에 앉아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보관 중인 보물 제1879호 ‘희경루방회도’에 의하면 1567년 광주목사 최응룡, 전라감사 강섬 등 같은 해의 과거에 합격한 동기생들이 희경루에서 동기생 모임을 가졌고, 거기에는 악사와 무용수들의 모습, 군사들의 모습도 있었다.

이렇듯 전하는 자료들에 의하면 희경루는 교육,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 다양한 역할을 했음이 추측된다. 아름답고 규모가 화려했던 조선시대 관아 內 누각인 희경루를 광주시가 현대에 중건해 광주목의 역사적인 위상을 지역민들에게 널리 전했다.

더해 누각을 전통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음에 큰 의의가 있다.

희경루 중건 의의를 되새기고 시민들이 함께 또 다양하게 즐길 수 있기를 고민하면서 광주문화재단은 지난해 시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했다. 누각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희경루방회도’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도 잊지 않았다.

먼저 옛 관아의 모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대취타 공연, 판소리와 창작국악, 무용 등 전통음악을 관람하면서 풍류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음으로 희경루에서 시를 쓰거나 전통차 체험을 하면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프로그램의 참가 대상자는 유·아동 동반 가족관광객, 외국 유학생, 문화관광해설사와 지역민 등 매회 다른 계층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참여자들은 누각에서 보는 전통 공연의 색다른 정취나 대취타 공연에 큰 관심을 보였고, 한복을 입고 족자에 시 쓰기 및 전통차와 다과 즐기는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희경루방회도’의 고증을 바탕으로 전국 어린이 대상 ’희경루 백일장‘을 개최했다. ‘기쁘고 좋은 날’을 주제로 생활문을 공모하여 우리 아이들의 솔직한 생활이야기를 듣고 글 솜씨를 뽐내는 기회였다. 수상작 모음집을 전자로 발행하여 배포했다.

시범 프로그램을 마친 희경루는 2024년에 시민 품으로 더욱 다가가고 있다. 꽃피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5월부터 전통의 풍류 문화와 광주문화를 배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다양한 장르의 전통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역아동센터와도 연계해 아이들에게 전통 관영 누각의 멋과 광주 역사의 위상을 전하고 있다.

올해 여름철에는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프로그램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 여름밤, 희경루를 중심으로 주변 문화유산, 그리고 문화 기관들과 연계한 ‘희경루 야경’ 행사이다.

고풍스런 전통누각과 광주공원의 자연, 그리고 주변 구도심의 다양한 근대문화유산 및 현대 산물인 미디어아트까지 전통부터 현대를 맛볼 수 있는 통큰 문화체험을 준비 중이다.

또 전국 어린이 대상 희경루 백일장도 지속해 전국적으로 희경루 알리기에도 힘쓸 예정이다. 지역에서 전통문화예술을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무등산 자락의 전통문화관에서 구도심의 희경루까지로 확대됐다.

전통문화관은 지역 전통문화예술의 메카로 보고, 만지고, 즐길 수 있는 오감 만족의 다양한 콘텐츠를 창·제작해 시민 누구나가 함께 누리는 전통문화 포용의 예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희경루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전통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시설 관리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로써 시민들과 광주를 찾는 관광객, 외국인들에게 광주의 멋을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가치가 면면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이 갖는 의미는 우리의 삶의 파노라마 속에 존재한다. 15년간 사랑을 받으며 많은 예술가들의 기쁨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금호 유스퀘어 아트홀이 곧 철거된다. 최근에 음악회장을 찾았는데 여성 성악가가 다가와 속상하다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우리의 고향, 추억이 깃든 장소, 역사의 현장등은 쉽게 없애버릴 수 있지만 기억은 평생 우리의 삶 속에 함께한다. 희경루가 광주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도록 시설 안전과 건물의 보존을 강화 시키며 서서히 시민들의 품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19999372481922125
프린트 시간 : 2025년 07월 02일 06: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