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논 갈아엎는 농심

주필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2024년 08월 28일(수) 09:19
지난 19일 영광군 대마면 한 논에서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낱알이 익어가는 벼를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에 쌀값 안정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광주전남 농민단체는 이번 시위에서 “한없이 떨어지는 쌀값 앞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논을 갈아엎는다”며 “정부는 시장격리 등 쌀값 폭락 대책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이어 “정부는 시장격리 20만t을 즉각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나락(20㎏)값 8만원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산지 쌀값 추락이 끝을 모르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80㎏ 한 가마에 18만원 조차 붕괴 되면서 쌀 생산 농민들이 아우성이다.

올해 산지 쌀값은 1월 5일 기준 20㎏에 약 5만원, 가마당 20만원 수준이었으나 점차 하락해서 한 달 전에는 20㎏에 4만5천990원, 가마당 18만3천960원까지 떨어졌다.

산지 쌀값 하락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이달 5일 20㎏에 4만4619원으로 떨어졌고 가마당 가격은 17만8천476원으로 18만 원 선이 깨졌다. 산지 쌀값이 지난해와 평년과 비교해 각각 7%와 6% 떨어진 것.

쌀값 하락이 바닥을 모르고 있다. 이처럼 끝없는 쌀값 하락은 소비 감소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전년대비 0.3kg(0.6%) 감소했다.

이는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양이며 30년 전인 1993년 소비량(110.2kg) 대비 절반 수준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96년부터 매년 사상 최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0.9g(0.6%) 감소한 154.6g를 기록했다. 밥 한 공기를 짓는데 대략 쌀 100g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셈이다.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빵을 비롯한 즉석식품 수요가 늘고 온라인 식품 배송과 배달 음식 주문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 쌀 소비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가 줄어드니 자연 쌀 재고량이 늘 수밖에 없다.

더욱이 4월 말 기준 전남지역 농협 쌀 재고량은 전년보다 80%가 증가한 18만톤에 달한다.

월별 쌀 판매량을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 전까지 재고가 남아 올해 신곡 가격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쌀이 남아돌면서 정부가 약속한 쌀값 20만 원 보장은 물론이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8만원 조차 붕괴되고 말았다.

쌀 가격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전가되고 특히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전남지역 농민들이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전남이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전남도의 벼 재배면적은 14만9878㏊로 전국(70만8012㏊)의 21.2%, 쌀 생산량은 73만6985t으로 전국 생산량(370만2239t)의 19.9%를 차지한다.

게다가 쌀값은 떨어지고 있으나 쌀 생산비는 매년 상승해 생산 농가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쌀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이번 논 갈아엎기 시위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지난 6일에도 서울역에서 쌀값 보장 촉구 집회를 여는 등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쌀을 일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고 쌀 소비를 촉진해 쌀값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나 쌀값 폭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쌀은 식량안보의 핵심이다. 쌀값이 불안하면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저하시킴으로써 식량안보를 위협하게 된다.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고는 하나 쌀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주식이며, 삶의 원천이자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쌀값 폭락의 주원인은 쌀 농업 관측통계(생산량·소비량)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수급 실패 때문이다. 정부의 부정확한 통계로 인해 쌀값 폭락사태를 맞게 된 것이니만큼 정부가 쌀값 폭락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부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선제적 수급조절을 통해 수확기 쌀값 20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는 농민들의 아우성을 절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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