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통합의대'로 가는 것이 최선 최현수 편집국장 최현수 기자 press2020@gwangnam.co.kr |
2024년 10월 06일(일)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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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편집국장 |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 도민들은 전남지역 국립의대 설립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문제는 의대 설립 방식을 결정하는 공모를 놓고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걱정이다.
서부권은 국립목포대로 의대가 와야 한다는 반면 동부권은 국립순천대가 적지라고 주장한다. 도민은 물론 정치권까지 의대 설립 장소를 놓고 목청을 높이는 등 ‘지역 우선주의’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다.
도민들은 의대 유치 문제로 피로감이 쌓여가면서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의대 설립을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어느 대학에 (의대를 설립을)할 것 인지 전남도에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국무총리 담화문으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도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국립의대가 들어설 대학만 추천하면 전남에 의대가 생기게 된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적극 환영했다.
하지만 의대가 들어설 대학 결정을 놓고 ‘동·서 갈등’이 더 심화됐다.
전남도는 공모를 통한 대학 추천을 최선책으로 보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대는 불공정을 거론하며 여전히 공모 불참하고 있다.
도는 그동안 주민설명회, 여론조사, 권역별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도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핵심 쟁점은 단독의대냐 공동의대, 통합의대 등 설립방식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용역 수행기관인 AT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 컨소시엄은 최근 용역 1단계인 국립의대 설립방식선정위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설립 방식으로 ‘1대학 2병원 신설’과 ‘통합 전제 공동 의대’ 등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1대학+2병원’은 두 대학 중 한 곳에 의대를 짓고 부설병원은 동·서부권에 한 곳씩 두며, 미추천 대학에 ‘첨단의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사실 전남 동부·서부 모두 의대와 부속병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양 대학이 통합을 약속한다면 통합의대를 정부와 협의해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1대학+2병원’보다 의대 후유증과 갈등을 없앨 수 있는 양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설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공모 절차까지 연기하면서 양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 국립의대’를 마지막 카드로 제안했다.
통합의대 카드는 승자독식으로 인한 동·서부권 갈등을 없애고 상생하는 것은 물론 정부로부터 명분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김 지사의 생각이다.
정부도 대학 통합과 ‘1도(道) 1국립대’에 대한 입장이 확고한 만큼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여겨져 온 ‘통합 의대’를 위해 마지막까지 통합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김영록 지사는 최근 실국장 회의에서 “대학 간 통합을 통한 국립의대 유치방안이 바람직하다”면서 “동부권과 서부권 대립과 갈등 없이 의대 설립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공모 추천보다 대학이 하나로 통합해 의과대학 한 개와 대학병원 두 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통합까지는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 통합의대 확약서를 작성해 교육부에 제출하고, 교명이나 구성원 등과 관련한 세부계획서를 꼼꼼히 짜는 방안이 실리적인 전략일 수 있다.
전남도는 통합의대와 공모(단독 의대) 투트랙으로 진행하돼 10월 둘째 주까지 통합의대에 대한 대학과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모를 통해 대학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 대학추천 시한도 11월 중순으로 미뤄졌지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에는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대학 통합이 쉽지 않은 길이다. 통합의대로 가려면 무엇보다 통합 당사자인 양 대학의 의지가 중요하다.
목포대는 두 대학의 통합 논의는 가능하지만, 일정 지체로 인해 공모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순천대는 통합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며, 일각에서는 ‘연합의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간극은 있지만 이제는 양 대학도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때다.
사실 통합 의대가 여러모로 이상적인 방안인 것은 분명하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생존마저 어려운 지방대학의 현실을 감안하면 목포대와 순천대도 대학 통합을 마냥 미룰 문제만은 아니다. 지역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국립 전남의대 유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최현수 기자 press2020@gwangnam.co.kr 최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