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성 탐구…애틋함과 그리움 시에 투영 이경은 시집 ‘꽃들에게 길을 묻다’ 출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2024년 12월 04일(수)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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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시인 ‘꽃들에게 길을 묻다’(시와사람 刊). |
‘꽃’이라는 기표를 통해 꽃이 지닌 사물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서사를 이입시키고 해석하는데 치중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생명성 탐구 시편에서 환호작약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을 상기하며 생명성을 고착시키고, 사랑 시편에서 꽃이 지닌 의미를 애틋함과 그리움의 감각으로 시화하고 있다.
또 불교적 상상력을 드러내는 시편에서는 시적 대상들에게 불교적 세계관을 남김없이 밝히고 있으며, 현실을 내밀하게 반영한 시편에서는 우리 사회가 지닌 그늘, 이를테면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과 성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이다.
그의 시편들은 서정과 서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첫 시집 ‘둥근 초록을 쓰다’에서 유지됐던 이런 시적 관조가 일관되게 전해지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보통의 서정시가 감정을 형상화시키는 ‘서정성’을 통해 노래하는 데 반해 시인의 시집은 유독 서사구조를 보인다. 인간에게 서사는 출생과 동시에 시작돼 죽음과 함께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의 시집은 시적 자아를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해석하며 마침표를 찍고 있다.
아울러 주로 ‘꽃’을 시적 제재로 삼아 꽃이 지닌 생명성을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시인만의 상상력을 발현하고 있는 생태학적 상상력의 시편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시인은 형이상학적 시세계를 드러내는데 주력하고 있어 높은 경지의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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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시인 |
시적 자아에게 삶의 진리를 묻고 있는 듯하다. 의존하고 싶을 때 의존하고, 좌표를 잃었을때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묻고, 그에게 하나의 존재로 남고 싶을 때 존재로 남고 싶은 의미의 꽃을 호출한다. 시인에게 꽃은 단순하게 생태학적 의미에 갇혀진 의미가 아니다. 꽃이 곧 삶이자 생명이고, 죽음이자 소멸로의 의미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은 “서정시는 감정을 형상화시키는 ‘서정성’을 통해 노래하는 문학형식이다. 그런데 이경은 시인의 시집은 유독 서사구조를 지녔다. 인간에게 서사는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돼 마침내 죽어서야 그것을 완성한다. 시인의 시적 자아를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해석하며 풀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경은 시인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2014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둥근 초록을 쓰다’, 시 낭송 교재 ‘다형시사랑’과 ‘시 소리꽃으로 피다’(1∼4집), 연구서 ‘사회적 향상 프로그램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펴냈다. 1998년 조선대에 전국 최초 시낭송교육지도사 과정을 개설해 지도자 양성 및 시문화 보급 활동을 전개해 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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