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머물며 농부 소설가로 활동 이재백씨 별세

농사 지으며 희구당서 ‘목사동 느티나무’ 등 발표…발인 9일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4년 12월 08일(일) 18:24
고 이재백 소설가
고향인 전남 곡성에 머물며 농부 소설가로 활동해온 원로 이재백 소설가가 노환으로 6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곡성 목사동면 신전마을에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후원해 신축돼 화제를 모았던 ‘희구당’(喜構堂)이라는 거처에 머물며 꾸준하게 창작활동을 펼쳐온 이 작가는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수료, 199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돌각담’으로 등단, 창작집 ‘돌각담’을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견산 이호철 선생 추모 14인 소설집 ‘큰 산 너머 별’에 여러 소설가들과 함께 그를 추모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 소설가는 ‘목사동 느티나무’로 만우 박영준 문학상을, ‘삼형제’로 제48회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에게 만우 박영준 문학상을 안겨준 ‘목사동 느티나무’는 작품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농촌의 옛 정서에 대한 곡진한 추억과 다시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한국전쟁의 상처에 대한 기억의 대척점에 그 둥지를 틀고 있다. 전자는 과거 지향적이라는 방법론상의 일방적 한계를 불가피하게 차용할 수밖에 없지만, 후자는 다양하고도 효율성 있는 미래지향적 수단을 모색하는 희망을 피력해 왔다.

‘목사동 느티나무’ 출간 당시 일찍이 칸트는 평생을 시골 작은 쾨니히스베르크마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로 철학사의 영원한 고전인 역작들을 남겼듯, 이 작가 역시 문학 수업기 시절의 서울 나들이 말고는 고향인 농촌을 떠나 본 적이 없는 토박이 농촌 사람으로, 농촌에 적만 둔 전업 작가가 아니라 밭농사와 글 농사를 아우르는 지행합일의 실천적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던 소설 ‘삼형제’는 이산가족을 소재로 이산의 아픔과 현실의 괴리를 조망하고 있으며, 가족의 해체와 복원 및 갈등, 그리고 그것을 넘어 화해를 강구하는 스토리를 차분한 그만의 문체로 풀어냈다.

곡성지역 문학기행에서 그의 ‘희구당’은 조태일시문학기념관 및 태안사 등과 필수 문학 코스의 하나로 각광을 받았다.

유가족으로는 자녀 이강현(한국농어촌공사 과장)·강산(효성ITX글로벌팀)·금안(서울 신곡초 교사)·소림씨가 있으며, 사위 김홍진(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결제부장)·노행기(장곡정형외과의원 원장)·양만영(제이원자산관리 주식회사 대표이사)씨 등이 있다.

발인은 9일 오전 6시30분 서울성모장례식장 21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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