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김미리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4년 12월 15일(일) 21:12
김미리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
[기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 수가 269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2%에 해당하는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내국인 귀화자, 내국인 이민자 2세 및 외국인 인구를 합친 전체 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을 경우,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주변에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민과 외국인에 보수적인 우리나라 국민정서상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저출생, 고령화 문제나 3D산업의 일손 부족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광주의 경우에는 2024년 3월 기준 등록외국인 수는 2만5000여명이라고 한다. 특히 광산구에는 1만4000여명 이상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안산시 ’다문화 마을 특구’나 월곡동 ‘고려인마을’과 같이 특정 지역이나 동네가 외국인 밀집 지역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사실 이제는 어디서든 외국인과 마주치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특히 180일 이상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숫자가 90%에 육박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잠시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위해 우리나라나 광주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을 하고 생활을 하며 정말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의 수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상상 해본다면, 마을사람 중 5명은 외국인이라는 뜻이며, 광주를 10명이 사는 마을로 상상해 본다면,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외국인들이 이방인이나 손님으로 광주에 방문해 광주시민들의 배려와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뜻인데, 기꺼이 지역사회의 일에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과 사회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라는 공동체가 더 이상 95명의 한국인이 아니라, 5명의 외국인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전환돼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고 이야기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본능적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나와 다르거나 친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름이 차이와 차별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광주 역시,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여러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더불어 제도적인 뒷받침과 함께 병행돼야 할 점들은 바로 사회적 감수성의 향상이다. 다름이 차이가 되고 차별이 되는 것은 사실 감수성의 영역이 크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를 수 있는 여러 인권교육이나 문화다양성 교육이 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지만, 사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도 감수성이 높아졌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지구인의 북살롱’ 또한 비슷한 주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22년 광주에서 이주민이 가장 많은 동네인 광산구에서 ‘다문화’, ‘이주민’과 관련한 공부를 마을에서 먼저 시작해보자라는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채용하는 다문화 사회적기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는 공간에서 1달에 1번 공부를 시작했다. 이주와 환경, 노동, 감수성, 제도와 관련해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연관된 도서를 읽고 함께 서로의 가치관을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주민들이 나서서 공부를 하니 한 동네에 위치한 광주이주민센터, 광산구가족센터 등도 함께 공부에 참여했다. 선주민을 중심으로 모였던 마을학습공부방은 2024년 마을학습포럼으로 그 내용을 확장했다. 한 달에 한 번, 총 3회 실시한 마을포럼을 위해 함께한 이주민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준비했다. 격주 일요일마다 포럼의 주제를 사전에 공부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의견을 한국어로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함께 산다’라는 의미는 어쩌면 가장 어려울 수 있는 문구일지도 모른다. 공간은 가치를 부여할 때 비로소 특정한 장소가 된다. 추상적인 ‘마을’이라는 공간은, 나라는 사람과 내 옆집의 베트남 출신 미띠엔씨가 살면서 함께 필리핀 빵집을 드나들며 각자의 삶과 감정이 공유되면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된다. 마을이 나와 미띠엔, 그리고 필리핀 빵집 주인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연대가 필요하다. ‘이주민’에게 보수적이었던 시선이 마을축제를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면서부터는 우리집 근처의 캄보디아 출신 부부에게도 따뜻한 시선으로 변화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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