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응원봉(정치와 음악) 박성언 음악감독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01월 02일(목) 1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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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언 음악감독 |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부터 뮤지션이 꿈이었던 나는 정치에는 무관심했었다. 어쩌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선거철이 되면 꼬박꼬박 투표는 했지만 선거권이 주어진 첫해에는 부모님께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물어보고 투표를 했던 기억도 있다. 정치가 음악과는 무관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를 보면 정권이 뮤지션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절도 있었다.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대에는 특히나 심했는데 예를 들어 당대 최고의 가수 김추자가 부른 ‘거짓말이야’는 정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방송이 금지되었고 이금희가 부른 ’키다리 미스터김’은 박정희 대통령의 작은 키를 비꼬는 것으로 보아 금지되었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는 지금 이 사회가 불행하니까 행복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냐며 불온하다고 금지되고 싱어송라이터 한대수의 ‘물 좀 주소’는 중앙정보부의 물고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이밖에도 많은 곡들이 지금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금지되었고 많은 테이프들이 불태워졌다. 그리고 많은 가수들의 앨범 마지막 트랙에는 건전가요라는 명목으로 정권이 원하는 곡을 한곡씩 넣어야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하지만 당시에 금지곡의 작곡자나 가수로 명단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은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히며 해당곡으로 활동을 할 수 없었고 그 곡을 몰래 듣는 사람들도 처벌 대상이 되었다. 정치가 예술을 철저히 규제하는 시절이었던 것이다.
나의 2024년의 마지막 공연은 민주광장에서 열린 ‘시민총궐기대회’ 무대였다. 추운 날씨에도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모인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곳이다. 2024년의 광장집회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촛불대신 다양한 응원봉을 들고 참여하는 이색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이 멋지다. 언제부턴가 바라고 고민해 오던 청년들의 운동 참여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참으로 선물 같은 순간이다. 오히려 이런 순간을 예견하지 못하고 있던 기획자나 연출가들의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러 아이디어와 좋은 기획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주는 특히 대한민국이 길을 잃고 흔들릴 때마다 오월이라는 나침반을 통해 수많은 역사의 한복판에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앞서서 간 자와 살아서 따르는 자들이 공존하는 곳. 광주는 지금 현실 정치에서 중요한 곳으로 언급되고 있다.
정치적인 발언이나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어떤 뮤지션은 적극 참여하기도 하고 어떤 뮤지션은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실제로 생각하거나 결심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기사들의 댓글에 분열과 경멸, 억측과 조롱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가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여러 사고 현장에 이어지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 선결제를 해놓는 사람들, 합동분향소에 이어지는 추모객들의 긴 줄을 보면서 희망의 세상을 본다.
2025년 문화예술 지원사업이나 각종 행사들의 축소로 인해 벌써부터 위축된 문화예술인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외형보다 내실을 튼튼히 다진다는 마음으로 힘차게 2025년을 시작하자.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시민들은 언제든 거리에 나와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해 줄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뮤지션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광주의 문화 예술인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바라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