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로 공부하는 교실에 대한 교장의 기대

박병진 금구초등학교 교장·교육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1월 08일(수) 18:07
박병진 금구초등학교 교장·교육학박사
[아침세평] 교과서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여기에 AI가 붙고 또 디지털이 붙으니 뭔가 아주 생소한 것이 등장하는가 보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AIDT(디지털교과서) 이야기다.

사실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수업이 그렇게 대단한 변화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종이로 만든 책을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이제는 패들릿으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은 요즘의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이미 매우 익숙하다.

그리고 요즘 학교가, 교사가 준비한 수업자료로 공부하지, 교과서로 직접 공부하는 시대도 아니다.

또 패들렛(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공부하더라도 교사의 노트북을 통해 학생의 기기를 잠그고 통제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수업 중 혼자 딴짓을 할 수도 없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됐을 때 교실 수업의 풍경을, 초등학교 수학 시간을 생각하며 떠올려보자.

지금은 선생님이 교과서 내용 등 수업자료를 TV 화면 등으로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에 관한 질문과 발표를 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교과서의 수학 개념들을 모두 익히게 되면,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교과서에 제시된 문제를 혼자 풀어보거나, 짝이나 모둠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이후 선생님이 준비한 수준별 학습지를 각각 받아 해결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처음부터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까지는 예전과 같다.

다만 선생님과 함께 교과서 개념을 모두 학습한 후, 학생들은 자기만의 코스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자기 수준에 맞게 AI의 안내에 따라 추천한 학습을 진행하기도 하고, 오답 문제를 다시 풀어보기도 하고, AI의 평가와 분석에 따라 다양한 보충과 추가 학습을 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모두 볼 수 있고, 바로바로 수행과정을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추천 학습 내용을 제공할 수도 있고, 개별적 대화 기능을 통해 칭찬과 격려를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한, AI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수업은 일단 무산됐다. 일단 무산됐다는 말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하지 못하게 됐다는 말이고, 교육청 또는 학교에서 결정해서 시작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래 교육부에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의 경우 3학년과 4학년 수학과 영어 교과서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모두 바꾸려고 했었다.

하지만 해당 계획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국회에서는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교육자료’로만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착착 준비하고 있던 학교는 일단 당황스럽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이미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수업에 능숙하고, 그리고 또 지금 교과서도 당분간 그대로 쓰면서 함께 사용한다고 하니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러 가지 걱정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선생님들이 AI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수업을 잘 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을 아닐 테니, 아마 AI 교과서를 도입하면 생겨나는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부족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저 시기의 문제이지 언제까지 종이 교과서를 계속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준비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하루빨리 안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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