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주목받지 못한 인물 ‘의병장 안방준’ 일깨우다

소설가 정찬주 장편 ‘사람의 길’…안방준 일대기 펼쳐
‘임진왜란 명장수 시리즈’ 5번째 역사소설 출간 의미
전란 중 저술활동 전개 꾸준…조명 미흡 다산 오버랩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1월 08일(수) 18:22
정찬주 ‘사람의 길’ 표지
역사는 시간을 먹고 사는 듯하다. 당대에는 초야에 묻혀있는 인물이 현시대 재조명을 받아 올바르게 자리매김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것은 옛 시대 시스템의 부재나 후진적 체제가 빚은 참화일 수도 있다. 상당수 역사적 인물 중 1등을 꼽는 풍토가 1등같은 2, 3등의 참인물들에 대한 조명을 가로막는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혹은 역사적 기여도에 비해 조명이 안된 경우도 흔하다는 설명이다. 초야에 묻혀 조명되지 않은 인물들은 후세대가 사료를 뒤지든, 도서관을 뒤지든, 서적을 뒤지든 상관없이 조명에 착수하는 순간부터 깨어난다는 시각을 버릴 수 없다.

전남 보성 출신 의병장 안방준 같은 인물 역시 여기에 속한다. 국란 때마다 충의를 다했던 문필가이자 의병장 안방준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이 최근 출간됐다. 안 의병장의 후세대로 같은 보성이 고향인 소설가 정찬주씨가 여백 출판사에서 최근 펴낸 ‘사람의 길’이 그것. 이 장편은 200자 원고 기준 1400매 분량으로 40회 연재되던 것을 모아 펴냈다. 저자가 한땀한땀 서각처럼 새겨 안방준 의병장의 삶과 정신을 오롯하게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임진왜란 명장수 시리즈’의 5번째 역사소설로 펴낸 이 장편은 온 생애 전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의 인간적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호남 민중의 충절을 담은 소설을 발간, 역사상 주목받지 못한 호남의 인물과 이야기를 재조명하는데 주력해 왔는데 그 연장선에 있는 장편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남 출신 임진왜란 의병장과 장수들을 재조명하는 장편만 17권에 달할 정도다.

그가 생존했던 시기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 한꺼번에 전란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는 사실 대단한 대작가였음에도 전란이 발발하면 붓 대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가야 했다. 만약 그가 전란을 만나지 않았다면 조선 최고의 저술가가 돼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안 의병장은 사변이 발발할 때마다 붓을 던지고 칼을 잡고서 전장에 기꺼이 출정했을 정도로 강직한 충절을 보인 인물로, 전쟁 비시즌 기간에는 다산 정약용처럼 끊임없이 저술활동을 펼쳤다. 그는 천상 글쟁이였던 듯 싶다. 15세에 자신의 대표작이나 다름없는 저술활동을 펼쳐 보였다. 정해왜변(1587년 음력 2월) 때 녹도권관(鹿島權管)을 지냈던 이대원(1566~1587) 일대기를 1587년인 15세 되던 해 처음 집필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대원전’이다. 저자는 실제 ‘이순신의 7년’(전 7권) 집필에 영향을 받은 책으로 ‘이대원전’을 꼽았다. 그만큼 ‘이대원전’은 안 의병장의 다른 저작인 ‘진주서사’, ‘부산기사’와 함께 중요한 접점을 이룬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작가가 안 의병장을 주목하게 된데는 ‘이순신의 7년’(전 7권) 1권이 나온 2016년 이전 집필할 무렵이라고 한다. 이번 소설 제목은 안 의병장의 스승인 박광전으로부터 들었던 ‘소학’의 문장 때문이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 말며, 예가 아닌 것은 듣지 말며, 예가 아닌 것은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닌 것은 행동하지 말라’에서 선비의 길이 군자의 길이고, 군자의 길이 곧 사람의 길이기에, 여기서 착안해 결정한 것이다.

소설가 정찬주
앞서 언급했듯 저자는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안 의병장과 다산 정약용을 떠올렸다고 한다. 두 선비 모두 일생동안 끊임없이 책을 쓰고 사료를 모아 편찬해 냈기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귀띔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책의 권수에서는 다산이 훨씬 앞선다. 이는 안 의병장이 한번의 왜란과 두번의 호란 등을 겪으며 붓을 놓았던 시가가 길었던데서 기인한다. 다만 역사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재평가하는 서책의 권수에 있어서는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안방준의 저술이 있었기에 전남 순천이나 보성 지역의 의병활동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아울러 다산에게는 유배만 놓여 있을 뿐, 안 의병장처럼 전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안 의병장은 ‘이대원전’ 외에 제2차 진주성 전투를 기록한 ‘진주서사’를 지었다. 또 조헌의 상소문을 모은 ‘항의신편’, 절의를 위해 죽은 16명 호남선비의 이야기인 ‘호남의록’, 동래부사 송상현 이하 8명의 서사기록인 ‘임정충절사적’, 모함을 당해 죽은 김덕령과 김응회 및 김대인 의병장을 추모해 기린 ‘삼원기사’, 녹도만호 정운의 분투를 그린 ‘부산기사’ 등 다수를 펴냈다.

안방준 의병장의 생애를 복원한 이 소설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에 이르기까지 그의 행적을 입체적으로 다루면서 당시 역사를 되짚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36328131496978025
프린트 시간 : 2026년 08월 26일 1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