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세상’ 장애·비장애 예술로 하나 되다

亞문화전당,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전 6월 29일까지 복합전시6관
‘배리어 프리’ 전시 장르 구축…무장애·장애·참여 예술 등 작가 5인 참여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2025년 04월 20일(일) 18:46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배리어 프리’ 전시가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전당장 직무대리 김상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2025 ACC 접근성 강화 주제전-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를 지난 17일 개막, 오는 6월 29일까지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ACC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 이사장 방귀희)과 협력해 마련했다.

특히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무장애)를 보조수단이나 장치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구축한 선제적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 제목인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는 전시 참여 작가이자 규범과 예술, 장애가 있는 몸의 관계를 성찰하는 김원영 작가의 책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2024)에서 발췌한 문구다.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의 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변한다는 뜻을 담은 제목으로, 예술을 통해 ‘경계 넘기’를 시도한다.

전시는 무장애, 장애, 참여, 상호작용 예술을 연구해 온 국내외 5인(팀) 작가들의 신작과 대표작품으로 구성된다. 먼저 엄정순 작가는 예술가로서 ‘본다는 것은 뭘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지난 1997년부터 ‘우리들의 눈’을 설립, 시각장애 학생들과 다양한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코 없는 코끼리 no.2’와 드로잉 작품을 통해 600여년 전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코끼리의 이주 서사가 담고 있는 혐오, 분리,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가는 눈과 귀의 근본적인 관계와 언어에 관심을 두고 신작 ‘궤도’(토토포노로지 #4)를 통해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의 대응, 지각적 다양성을 부각한다.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 ‘궤도(토토포노로지 #4)’
엄정순 작 ‘코 없는 코끼리 no.2’.
송예슬 작가는 과학기술과 상호작용을 재료로 관람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감각적 경험을 토대삼아 예술과 참여자의 관계를 다시 정의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 작품 ‘보이지 않는 조각들: 공기조각’과 신작 ‘아슬아슬’을 선보여 시각 중심의 기존 예술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비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또 아야 모모세는 몸의 문제를 탐구하며 의사소통 불균형, 타인과 자신의 신체 사이의 격차를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소셜 댄스’와 참여형 퍼포먼스 작품인 ‘녹는점’이 관객과 만난다. ‘소셜 댄스’는 한국콘텐츠접근성 연구센터와 협력해 시각언어인 수어를 음성해설로 구현했다.

세일러문 목소리로 알려진 최덕희 성우, 구지원 성우, 서수연 음성해설 작가가 참여해 몰입도를 높였다. ‘녹는점’은 커피바와 유사한 공간에서 퍼포머가 관람객에게 직접 작가의 온도와 동일한 물을 제공하는 퍼포먼스로, 타인의 신체를 느껴보는 이질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생수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소화하고자 자연드림의 협찬을 받아 작품을 진행할 방침이다.

아야 모모세 작 ‘녹는점’.
끝으로 김원영·손나예·여혜진·이지양·하은빈 작가의 작품 ‘안녕히 엉키기’는 지난 2월 24~26일 ACC 복합전시6관, 예술극장 등에서 펼쳐진 동명의 워크숍을 전시로 확장한 작품이다.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특성의 몸과 마음을 가진 장애인, 비장애인 참여자가 함께 움직임, 글쓰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ACC는 오는 24일~26일 광주지역의 장애인, 비장애인 참여자를 모집해 이러한 워크숍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 외에도 공간, 프로그램, 인력 배치 등 접근성을 보다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에는 어린이 및 시각장애인 참여자를 위해 벽면에 촉감바를 설치해 전시의 동선을 안내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신체기관을 촉감타일로 제작했다.

전시 공간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는 촉지도, 동화 형식으로 주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홍보물과 점자책, 게임 방식의 오디오 가이드, 어린이 참여자를 위한 상설 교구재, 쉬운 음성해설 등을 전시장에 마련했으며, 접근성 매니저가 상시 근무해 전시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이밖에 ACC는 장문원과 이번 전시 및 공연 콘텐츠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17일 체결했다. 전시는 오는 6월 29일까지 ACC에서 진행 후 오는 7월 23일~8월 22일까지 서울시에 위치한 장문원에서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전시장인 모두미술공간으로 순회될 예정이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융·복합 창·제작 기관인 ACC가 ‘배리어 프리’를 전시 장르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장애유형별 향유 접근성 외에도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비장애인의 인식개선은 물론 모든 관람객이 자연스레 방문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문화접근성을 더욱 확대 및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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