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인위원 칼럼]오늘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최총명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4월 29일(화) 17:57
작년 윤석열의 불법 계엄 때문에 거국적 축하를 충분하게 하지 못했던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의 화두를 남겼다. 아울러 윤석열 탄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의 과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복기(復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한강 작가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의 우리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시대적 정신, 문화, 사상, 사회공통체의 합의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계승돼 오고 있고, 그것이 우리가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한다. 이번 윤석열 불법 계엄-탄핵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작금의 상황에서 과거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 혁명, 5·18민주화운동에서 국민(민중)들의 사회공동체 합의점이었던 이념들이 작용했다고 간주된다. 응원봉을 들고 나온 학생들부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과거 70~80년대 군사독재 반대를 했던 60~70대 어르신들, 우리 사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50대 젊은이들이 모두 한마음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거리로 나온 과거의 움직임을 유지해준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현재의 내가 유지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있다. 사회공동체가 합의에 이루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있은 후 그것에 대한 해석과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회적 움직임 중에서 아직도 진상이 다 밝혀지지 않고, 그에 대한 과오가 밝혀지지 않은 지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화해와 용서의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교훈이 계승되는 과정에서 과오를 명확히 밝히고 상과 벌이 명확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근혜 탄핵과 형사처벌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윤석열 계엄과 탄핵과정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앞선 사건에서 청산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정리되지 않고 사회적 ‘찜찜함’으로 ‘미적지근하게’ 남아있는 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답답하고 이유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이럴까?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11주기다.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5·18은 올해 45주년이 되지만 아직도 그 진상이 전부 다 홀가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밖에도 천안함,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인 사건들이 지지부진하게 산적해 있다. 이런 지지부진함과 찜찜함이 남아 있는 한 우리의 불편한 역사는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을 우리 후배들에게 ‘사회적 합의’로서 물려줘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끌면 ‘가해자도 잘 지내도 괜찮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 너네들은 나를 처벌하지 못해’라는 것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편감이 생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번 윤석열 계엄-탄핵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주위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대한민국 정말 멋진 나라다. 다시 보게 됐다. 정말 민주주의 국가구나. 선진국이다. 부럽다’라는 등의 찬사를 보냈다는 SNS 글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는 ‘멋진 나라의 멋진 국민’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잘 참아주고 잘 견뎌주면서 같이 짐을 나눠 질 줄 아는 국민이다. 그래서 IMF 사태도 같이 견뎠고 가장 빨리 청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불의를 보면 잘 참지 못하고 거리로 뛰어 나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하지만 폭력적이지 않다. 가장 질서정연하고 민주적이며,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제 우리가 정리되지 않은 찝찝한 일들을 정의하고 과오를 짚는 과정을 차근차근 처음으로 해볼 차례다. 그래서 우리가 과거가 됐을 때 현재를 살고 있는 후배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차례다. 모두 정리되기 전에는 ‘이젠 좀 지겨워.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표현도 단호히 배격하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동의’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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