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등 소외된 사람들의 삶 조명

‘5월시’ 동인 박몽구 시집 ‘한밤중 단거리 선수’ 펴내
이웃 아픔 껴안으며 따스한 공동체의 정신 복원 기원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4월 29일(화)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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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재)한국출판연구소에 재직 중인 광주 출생 박몽구 시인이 시집 ‘한밤중 단거리 선수’를 시와문화 76번째 권으로 펴냈다. 이번 시집은 우리 사회에 크게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껴안아 함께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대두된 ‘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고용과 노동 형태의 변화는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겉으로 구가하고 있는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 심각한 정신적 빈곤의 모습을 노출하기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계층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인은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새로운 사회·문화 양상이 펼쳐지는 현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한편, 그 이면에 은폐된 반인간적인 상황의 원인은 무엇인지 성찰하고 있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해 가고 비인간화돼 가는 양상을 치유하며, 밝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시 작업을 통해 구체화해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를 바로잡으려면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시를 빌려 말한다. 현장을 중심으로 만나는 우리 사회의 꾸밈없는 얼굴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을 따스한 공동체의 정신으로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시라는 그릇에 오롯이 담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작인 ‘한밤중 단거리 선수’를 비롯, ‘길모퉁이 빵집’, ‘당인리를 지나며’ 등 60편의 시가 수록됐다.

박몽구 시인
오현정 시인은 시 ‘당근, 별이 빛나는 밤’에 주목했다. ‘당근 마켓에서 단돈 3천원에 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 퍼즐 맞추며/ 갓 뽀갠 당근 속 동심원이며/ 파란 양배추 색감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닐까/ 몇 번이고 한참씩 들여다본다’라는 시편을 통해 당근 마켓에서 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 퍼즐 맞추기를 언급한다. 오 시인은 “그림 퍼즐 맞추기에 대해 화자가 배가 고파서 먹으려던 당근 속 동심원이기도 하고, 파란 양배추이기도 하다”면서 “별이 빛나는 밤에 미치광이처럼 물감을 덧칠하며 생의 허기를 달랜 고흐와 화자의 꿈을 대비시킴으로써 예술가로서 최고의 미학을 작품에서 이루고 싶은 공감대가 저절로 형성된다”고 평했다.

박몽구 시인은 1977년 당시 대표적인 시사 전문지 ‘월간 대화’로 등단, 전남대 영문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5·18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십자가의 꿈’, ‘단단한 허공’, ‘5월, 눌린 기억을 펴다’, ‘라이더가 그은 직선’, 연구서 ‘1950년대 모더니즘 시와 전후 현실 인식-조향과 박인환의 시를 중심으로’ 등을 펴냈다.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을 역임했고, 순천향대 객원교수와 한양대 겸임교수를 맡아 교육계도 한때 몸 담았다. 현재 도서출판 시와문화 대표이자 (재)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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