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권도시 광주’, 왜 다시 주목하는가

김대중 광주시 인권평화과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5월 12일(월) 17:36
김대중 광주시 인권평화과장
저는 가끔씩 한 도시가 세계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곤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오래도록 울림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 내 생각의 종착점은 광주가 그 해답을 안고 있는 도시라는 것이다. 광주는 1980년 5월, 무력에 맞서 평화를 외쳤고, 고립 속에서도 연대를 선택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광주가 올해 또 한 번, 세계를 향해 질문은 던지고 있다. “당신의 도시는 지금, 평화와 인권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2025년, 광주는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와 함께 ‘2025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한다. 올해 포럼에는 ‘평화와 연대: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인권도시’를 주제로 선정했다.

이 주제는 더는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오늘날의 폭력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차별과 혐오, 기후위기와 강제이주까지 물리적 형태를 넘어 일상의 구조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저는 이런 시대일수록 시민이 살아가는 삶의 가장 가까운 단위인 도시가 그 중심에 서서 실천해야 인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는 그 가능성을 오랫동안 준비해 온 도시이다. 5·18의 기억은 단지 과거의 아픔이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어떤 도시에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살아 있는 질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포럼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모인 도시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전쟁과 억압, 혐오와 빈곤이라는 공동의 과제 앞에서 연대의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의 자리에 지금이 가장 시의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광주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 광주는 지금, 기억과 인권, 문화와 생태가 어우러진 도시로 변모하고 있으며, 그 스스로 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푸른 광주천과 예술의 거리까지 ‘살아 있는 인권 교육장’이라 할 것이다. 광주를 걷는 일은 과거의 투쟁을 기억하고, 오늘의 평화를 체감하며, 내일의 연대를 상상하는 과정이다.

저는 올해 광주에서 열리는 포럼이 전 세계 도시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 믿고 있다. 인권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고, 평화는 침묵이 아니라 저항이며,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그리고 광주는 그 메시지를 증명해 온 도시이기 때문이다.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5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은 ‘평화와 연대: 폭력과 전쟁에 저항하는 인권도시’라는 주제로, 평화의 부재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인권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국제기구와 인권도시 관계자, 시민사회, 인권전문가들이 함께 국제적 연대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이 포럼은 광주가 인권과 평화의 도시로서 세계와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이번 포럼은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연사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5월 15일 개회식에서는 인권운동가 서승 교수님의 기조강연, 최재천 교수님의 전체회의의 기조발제과 배우 차인표와의 북토크콘서트 , 인권영화 ‘혼자’의 이경호 감독과의 대화, 자연식물식 원데이클래스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그리고 어린이·청소년, 여성, 이주, 장애, 마을 등 다양한 주제 및 특별회의에 참여하여 누구나 인권과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25년의 광주가 다시 세계에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도시는 어떤 방식으로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고 있는가”, 또한 전 세계인들과 인권도시들이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광주를 향할 준비에 나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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