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시대, 이제는 6월 모내기 하자

안규남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5월 12일(월) 17:36
안규남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농업 생산의 안정성과 품질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벼농사와 같이 기온 변화에 민감한 노지 작물의 경우, 재배 환경 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벼는 파종 시기부터 수확기까지 생육 전 과정이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모내기 시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쌀의 수량과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최근의 기후 양상과 벼의 생리적 특성을 반영해, 모내기 시기를 재조정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전남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벼 재배 면적을 가진 대표적인 쌀 주산지로, 매년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현장 지도를 지속해 왔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온 피해와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고품질 쌀 생산 기반을 다지기 위해 5월부터 본격화될 모내기를 앞두고 도내 농가에 ‘모내기를 6월 이후로 늦출 것’을 권장하고자 한다.

기존의 모내기 기준은 2005년 설정되었으며, 중만생종은 5월 23일부터 6월 13일, 조생종은 6월 13일부터 19일 사이가 적정 시기로 안내되어 왔다.

그러나 이후 20년간 기온 상승과 기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기준은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202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만생종 벼의 경우 도내 시군별로 빠르면 6월 5일에서 15일, 늦어도 6월 14일부터 25일 사이에 이앙하는 것이 등숙기에 고온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벼의 등숙기가 대체로 9월에 이르기 때문에, 지나치게 이른 모내기는 등숙 시기를 고온기와 겹치게 하여 품질 저하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행적으로 빠른 모내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의 도내 시·군별 모내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라남도 전체 벼 재배 면적의 절반 이상이 5월 중에 모내기를 완료하고 있으며, 특히 조생종 벼의 경우 80% 이상이나 되어 지나치게 빠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광주 지역의 9월 평년기온은 1991~2020년 기준 22.2도로, 20년 전(1971~2000년)의 평년 평균인 21.4도보다 0.8도 높아졌다.

특히 2024년 9월에는 26.3도까지 기록되어 평년보다 4.1도나 높은 이례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벼가 익는 시기에 이처럼 고온 상태가 지속되면, 양분 전환과 쌀알 형성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 품질이 떨어지고, 도정 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볼 때, 중만생종 벼는 6월 9일 전후, 조생종 벼는 조기 수확할 목적이 아닌 경우 이모작 일정에 맞춰 6월 중순 이후에 모내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5월 중에 이앙을 완료하는 기존 관행은 지양하고 최소한 6월 이후로 늦춰야 한다.

이처럼 모내기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고온기 피해를 줄이고 고품질 쌀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방법이다.

이 작은 실천이 전남 쌀의 품질을 지키는 길이며, 농가의 소득 향상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연구와 기술지원을 통해, 변화하는 기후환경 속에서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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