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심각해지는 이상기후…‘선제적 재난 대응’ 필요

최명수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5월 14일(수) 09:40
최명수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장
지난 3월, 경북 지역을 덮친 초대형 산불은 많은 인명과 산림,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불길 속에 휩싸이며, 피해 면적만 해도 축구장 약 6만 3000개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했다. 단일 재해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기며, 단순한 자연재난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경각심과 과제를 동시에 던졌다.

이번 산불의 심각성은 단지 화재의 규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록적인 겨울 가뭄과 이례적인 고온·강풍이 동시에 겹친 이상기후의 복합적 결과였기 때문이다. 불리한 기후 조건은 불길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결국 피해를 극대화하는 원인이 되었다.

산불은 더 이상 특정 계절에만 발생하는 재난이 아니다. 이제는 연중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시재난’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 위기의 현실이 우리 눈앞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이다.

이제 다가오는 여름철 자연 재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는 기후 위기의 실체를 체감한 한 해였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 기록적인 열대야, 장마철 집중호우, 예기치 못한 폭설까지 사계절 내내 자연이 보내는 경고에 직면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으며, 단기간에 집중되는 ‘게릴라성 폭우’도 잦아지는 추세로 기상이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는 이러한 기후재난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산림과 농경지, 해안과 도서 지역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이 많아 재난 발생 시 인명피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선제적 재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기상이변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과 취약지역에 대한 정기적 점검, 고령자·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을 고려한 맞춤형 대피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예방만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기조 아래, 여름철을 앞두고 재난 취약 지역과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나섰다. 도와 시·군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점검을 통해 노후 저수지, 배수펌프장, 하천 둔치 주차장, 반지하주택, 산사태 우려 지역 등을 정밀진단하고 있으며 비상연락망 정비, 주민대피계획 수립, 사전 모의훈련 등을 통해 대응 역량을 폭넓게 강화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역시 재난 대응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점검해 왔으며, 제도적 미비점이 발견되면 신속히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확대와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의정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하지만, 아무리 체계적인 예방·대응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려면 도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 정비되지 않은 배수로, 허술한 대피계획 등 하나하나가 재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위기 앞에서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기후재난은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으며 특정 지역이나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직면한 시대적 과제이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재난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편이다. 공공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더해질 때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상기후가 가져올 다음 위기를 대비하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47183259507205129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4일 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