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헌법이 품어야 할 오월의 목소리

이현규 정치부 부장대우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5월 18일(일) 15:27
45년 전, 5월 18일. 광주는 어둠 속에서 빛을 지켰다.

총과 진압봉 앞에 맨몸으로 맞선 시민들은 두려움보다 연대와 정의를 택했고, 죽음보다 자유를 선택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단지 한 지역의 항거가 아니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인간 존엄과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시민 모두의 고귀한 저항이었다.

‘오월 정신’은 공동체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불의에 맞서며, 자유와 인간 존엄을 지키려는 실천의 역사다.

그리고 지금, 그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자는 요구가 다시금 거세지고 있다.

헌법은 한 나라가 지향하는 가치의 가장 높은 선언이다. 그렇기에 오월 정신을 헌법에 담는 일은, 단순한 명예 회복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성을 새기는 일이다.

5·18 민주화운동 45년째인 올해,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최근 국민의힘까지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것이다.

보수 진영이 오랜 침묵을 깨고 책임을 공유하겠다고 한 점은 분명 진전이다. 하지만 약속은 말보다 실행으로 입증돼야 한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진상, 외면당해온 유족들의 고통, 그리고 왜곡과 폄훼에 시달려온 5·18의 역사 앞에서 정치권은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그날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민주주의도 없었다는 사실을 헌법으로 천명해야 한다.

오월의 광주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묻힌 진실이 있고, 여전히 외로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날의 희생이 정의였음을, 그날의 선택이 역사의 옳은 길이었음을 헌법 속 문장 하나로 세상에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지 않을까. 오월의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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