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닫아도 분진·연기 가득…충혈·두통 힘들어"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 대피소 가보니]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임정호 기자 ljh4415@gwangnam.co.kr |
2025년 05월 18일(일) 18:23 |
![]() |
18일 오전 8시 광주 광산구 산정동 광주여자대학교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
이곳에는 전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인근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텐트(쉘터)가 마련돼 있었다.
200여명에 달하는 피해 주민들의 얼굴에는 피로감과 수심이 가득했다. 이들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앉아 전광판 TV를 보거나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TV 화면에 ‘내부 고무 원재료가 있어 계속 화염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나오자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제 막 체육관에 도착한 오윤영씨(41·여)는 담요, 휴지, 양말, 수건 등이 담긴 응급구호 세트를 받고 한숨을 돌렸다.
오씨는 “처음에는 불이 금방 꺼질 것으로 생각해 대피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베란다 창문을 닫아도 새어 들어오는 냄새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8살 아들은 눈이 빨개지고, 기침하던 4살 딸이 구토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짐을 싸게 됐다. 체온계, 아이 이불 등 간단한 것만 챙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구호 텐트에 오니 아이들의 증상이 다소 호전됐다”면서 “온 동네가 매캐한 연기가 뒤덮인 상황에 학교를 보내는 것이 맞는가 싶어 담임교사에게 결석한다고 연락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두통, 목마름 등을 호소한 주민 26명이 의료지원을 받았다. 이날 아침에도 몸 상태가 나빠진 한 주민이 광산보건소가 마련한 응급부스를 찾아 두통약을 처방받았다.
황급하게 나온 탓에 충분한 옷과 이불 등을 챙겨오지 못해 다시 집으로 향해야 하는 피해 주민도 있었다.
광산구청 직원은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주민이 의약품, 생활용품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안내했다.
![]() |
2021년까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근무했던 서종례씨(64·여)는 “재가 떨어지고 시꺼먼 연기를 맡으니 목이 이상함을 느껴 대피소로 왔다”면서 “다행히 혈압, 당뇨약을 챙겼지만 여벌의 옷을 빠뜨렸다. 옷을 가지러 집에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피소 운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소식에 바나나, 빵, 음료 등을 기부하는 손길도 잇따랐다.
대한적십자사는 긴급구조활동 지원을 위해 임직원, 적십자봉사회, 재난심리지원활동가 등 45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또 주먹밥 250인분, 생수 300병을 지원했고, 이재민 텐트 100개와 매트 60개를 광산구에 전달했다.
또 주민 대피소로 마련된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텐트 45동을 설치하고, 긴급 구호품 132세트를 제공했다. 추후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재난심리상담 활동가를 파견해 이재민 심리지원을 할 예정이다.
북구도 화재 피해 주민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이날 오후 북구는 생수, 빵, 마스크를 비롯해 구호텐트, 모포 등 1t 트럭 2대 분량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광산구 직원과 구 자율방재단은 기부받은 물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힘을 불어넣었다.
한편 18일 오전 11시 기준 광주여대 체육관 대피소에는 텐트 129개(광산구청 84개, 대한적십자사 45개)가 설치됐고 106세대 197명(남자 76명·여자121명)이 머무르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임정호 기자 ljh441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