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그날처럼"…불의에 맞선 택시 경적 재현 ‘민주기사의 날’ 행사…무등경기장~금남로 행진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
2025년 05월 20일(화) 18:40 |
![]() |
5·18 차량 행진’ 민주기사의 날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무등경기장 앞에서 열린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5·18구속부상자회와 전국 민주택시노동조합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
20일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광주 북구 임동 무등경기장 앞에서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민주기사의 날은 1980년 5월20일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한 택시 기사들이 무등경기장 앞과 광주역에 집결한 뒤 200여대의 택시를 몰고 금남로를 거쳐 도청까지 차량 시위를 벌인 날이다. 당시 항쟁에 참석했던 기사들이 주축이 돼 5·18민중항쟁 민주기사동지회를 창립했고, 5·18민중항쟁 당시의 차량 시위를 재현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행사는 1980년 5월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승화하는 1부 기념식과 5월20일 차량시위를 재현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택시가 하나둘씩 무등경기장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금세 인근 유운교까지 차량으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에는 택시, 일반 차량 70대를 비롯해 택시기사, 시민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후 태극기 등을 붙인 차들은 전조등을 켠 채 무등경기장에서 80년 5월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으로 향했다.
행렬의 선두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택시로 사용된 포니 1대와 스텔라 1대가 나섰다.
이들은 45년 전과 똑같은 길로 줄지어 무등경기장을 출발해 광주역과 유동사거리, 금남로3가를 거쳐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까지 약 4.5㎞를 행진했다.
30여분 간 이어진 차량 행진은 옛 전남도청에 도착, 해단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행사에 참여한 이행기씨(74)는 민주기사의 날을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이씨는 “5·18민주화운동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5·18은 이제 광주만의 역사가 아닌 전국, 전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다”며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오월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새로운 정부에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또 “오월 영령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 12·3비상계엄 때는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으니 이제는 산 자가 죽은 자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1980년 5월 광주의 거리를 달리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버스와 택시 기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그날의 광주는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고, 절망 속에서도 공동체의 온기를 지켜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곧 국가이고, 평범한 이들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진리를 민주 기사들이 몸소 증명했다”며 “우리는 그 뜻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기억은 곧 행동이고, 계승은 곧 실천이다. 그날의 헌신과 용기를 마음 깊이 새기며 오월 정신이 미래세대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