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꿈꾸는 친구들과 새로운 작업 도전하고 싶죠"

[남도예술인]‘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초청 이예은 감독
‘광주영화학교’ 워크숍서 현장 경험 쌓아 연출 시작
두번째 작품 ‘베이비!’로 한국경쟁부문 20편 선정 영예
조선대 문창과 졸업…"광주 영화 소재 무궁무진" 밝혀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2025년 05월 21일(수) 18:10
이예은 감독은 “광주는 영화로 녹여낼 만한 흥미로운 소재가 많은 도시다.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새롭고 재밌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광주는 영화로 녹여낼 만한 흥미로운 소재가 많은 곳이에요. 5·18과 관련된 주제가 아니더라도 극적인 재료가 무궁무진하죠.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새롭고 재밌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영화 ‘베이비!’로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감독은 광주의 차세대 영화감독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20대 신예 영화인이다. 지난 2월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광주독립영화관 영사매니저로 활동하며 영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영화 ‘베이비!’는 지난 4월 24일부터 29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제로, 경쟁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은 자동으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단편에 초청되는 오스카 인증 영화제다.

올해는 121개국 5350편이 출품된 가운데 이 감독의 ‘베이비!’는 한국경쟁부문 20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영화 ‘베이비!’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주인공 유성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성은 여자친구 해원과 이별한 트라우마로 함께 살던 집 안에 갇혀 살아간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블로그 리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어느 날 해원의 전화로 그가 곧 아이를 출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혼란 속에서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히키코모리를 소재로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극 중 주인공이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을 들은 후 블로그 포스팅을 하던 중 애기 엄마에 이입해야 하는 상황이 나오자 혼란스러워 하는데요. 실제 제 주변에 부업으로 블로그 포스팅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대학생이지만 마치 결혼한 사람처럼 ‘새신랑과 에스테틱에 갔다’거나 하는 허구의 내용으로 글을 쓰는 게 인상 깊었죠.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의 영화 ‘베이비!’ 스틸컷.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의 영화 ‘베이비!’ 스틸컷.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의 영화 ‘베이비!’ 촬영 현장.
‘베이비!’는 지난달 24일과 26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과 소극장에서 각각 총 2번 상영되며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가 완성된 후 외부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스태프들과 내부 상영 이후 처음 공개하는 자리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두번째 상영 때 GV가 있었는데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관객들이 가득 찼죠. 악평보다는 영화에 대한 질문이 안 나올까봐 걱정했는데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영화를 분석하거나 좋았다는 감상평을 남겨주신 분들도 있어 기뻤습니다.”

이 감독은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운영하는 광주영화학교 출신으로, 2023년 제1기 단편영화제작워크숍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베이비!’는 광주영화학교 워크숍 작품인 ‘ZIP!’에 이은 두번째 작품으로 광주독립영화제 고릴라펀드 지원작으로 최종 선정돼 제작됐다.

광주영화학교에서 만난 동료들을 비롯해 조선대와 전남대 영화영상동아리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에서 영화의 꿈을 꾸는 또래 친구들과 힘을 모아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비전공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건 영화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는 거였어요. ‘베이비!’는 저처럼 현장 경험을 쌓고 싶고 영화 일을 해보고 싶은 친구들과 만든 영화입니다. 촬영감독님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화 제작 경험이 거의 없는 광주 출신의 20대 청년들이에요.”

주연으로 열연한 기태경 배우는 전남대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역시 광주영화학교 출신이다. 이예은 감독이 우연한 기회로 그의 연기를 보고 전작인 ‘ZIP!’에 출연을 제안해 함께 했고, 그 계기가 이번 작품까지 이어진 셈이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친구였는데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어요. 그 친구도 저도 연기와 연출에 대한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제에서 다른 섹션의 외국인 감독들이 ‘기태경 배우와 작업해보고 싶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대구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 감독은 어린시절 광주에 2년 여간 거주한 적이 있다. 조선대 문창과에 진학하며 이 도시를 다시 찾았다.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어릴 때부터 영화를 즐겨보시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중학교 때부터는 독립영화 배우들에 푹 빠져 서울까지 영화와 GV 행사를 보러 다니곤 했다.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 필모그라피를 섭렵하기 위해 그 배우의 습작생 시절 영화까지 찾아봤고, 그러면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의 영화 ‘베이비!’ 촬영 현장.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의 영화 ‘베이비!’ 촬영 현장.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예은 감독의 영화 ‘베이비!’ 스틸컷.
“시나 소설로 입학을 했지만 쓰다 보니 시나리오에 더 강점이 있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중점적으로 써봐야겠다 싶었죠. 근데 제가 애정을 갖고 만든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이 각색해 연출하는건 내키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레 연출을 공부하게 됐죠.”

비전공자로 영화 제작 경험에 대한 목마름을 쉽게 채울 수는 없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서 열리는 영화 워크숍과 강의 등을 찾아 다녔다. 그중에서도 광주영화학교는 큰 도움이 됐다. 워크숍을 통해 전문 감독들의 멘토링을 받으며 현장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1기에 이어 2기 때는 보조 강사로 참여했다.

이 감독은 영화의 꿈을 꾸고 있다면 혼자 고민하기 보다 영화학교나 워크숍 등 여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역에 있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찾아다니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시나리오와 영상 공부에 매진하며 활동영역을 확장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는 영화 소재가 넘쳐나는 곳이에요. 공사가 멈춘 폐허, 오래된 빌라 등을 카메라에 담는 취미가 있는데 특히 동구에 그런 곳이 많고, 근교에도 있죠. 남겨진 사람과 남겨진 장소 그런 것과 연결해 작품을 구상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호러 스릴러 장르를 가감없이 표현하는 영화를 찍어보는 게 꿈이죠. 또 요즘 매체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만큼 실험영화나 전시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가능성을 가지고 폭넓게 활동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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