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사전투표 김상훈 주필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
2025년 05월 25일(일) 1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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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주필
#1
사전투표(Early Ballot)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별다른 신고 없이 본 선거일 이전에 투표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유권자 투표 접근성을 높이고 투표율 제고를 위해 지난 2012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2013년 4·24 재·보궐선거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서울 노원구 병 등 국회의원 3곳, 경기도 가평군수 등 기초단체장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선거구에서 치러진 선거는 41.3%라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전선거 도입 덕분에 2000년 이후 치러진 재·보궐 평균(34.9%)보다 무려 6.4%나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6·4 지방선거부터 전국단위 선거에 도입됐고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 여러 선거를 거치며 대표적인 국민 참정권 수단으로 정착돼 나갔다.
사전투표 이전에는 일정한 사유로 주소지를 떠나 있는 선거인이 선거 당일, 주소지 투표소에 가지 않고 투표하는 부재자 투표가 있었다.
부재자투표는 1960년 제5대 민의원선거와 제6대 대통령선거에서 처음 우편투표제 방식으로 도입됐고 이후 거소투표 방식이 채택됐다. 하지만 부재자투표함 분실, 부재자투표 절차에 대한 홍보 부족, 유권자 관심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사전에 신고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투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복잡해 투표율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사전투표에 밀려 폐지 수순을 밟았고 현재는 군인이나 해외 거주자 선거일 투표가 어려운 사람 위해 거소투표 선상투표 재외국인 투표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2.
사전투표는 세계 각국에서도 널리 채택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사전투표는 1920년 캐나다가 도입한 ‘advance polling’이다. 초기에는 대상이 경찰, 군인 등 특정 직업군에 한정됐지만 1962년부터 투표일에 부재할 이유가 있는 유권자로 확대됐고 1993년부터는 아예 모든 조건을 삭제해 보편적인 투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는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2890만 명의 4분의 1인 730만 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도 2000년 대선때 몇몇 주에서 도입한 이후, 2012년 대선에서는 대다수의 주와 워싱턴 D.C에서 채택하는 등 보편화되고 있다. 각 주마다 조기투표, 조건 없는 부재자투표, 조건부 부재자투표, 전면적 우편투표 등 각기 다른 사전투표를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와 가장 유사한 것이 바로 조기투표제라고 한다.
현장 사전투표와 우편투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투표 기간이 주마다 달라 짧게는 4일부터 길게는 45일까지 실시되며 평균 19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일본은 2003년부터 기일전 투표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 일본 전역에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2일 전까지 조기투표소가 설치되며, 미리 투표할 사람은 거주지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도쿄도, 오사카부 등 일부 외지인이 많은 지역 투표소는 전국 모든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게 했다. 유럽 각국도 실정에 맞는 사전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3
내달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유권자들의 재외투표가 25일 마무리됐다.
이번 재외투표는 지난 20일부터 6일간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됐으며 유권자 수는 총 25만8254명으로, 지난 20대 대선 때보다 14.2% 늘었다고 한다.
오는 29일과 30일에는 매일 오전 6시 ~ 오후 6시까지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하지만 선거때만 되면 일부 세력에 의해 ‘사전투표 조작설’ 이 불거지고 있고 아예 ‘사전투표 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지세력의 유불리에 따라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했지만 계속해서 논란거리로 만들고 있다.
이들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도 불구, 사전투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민참여 수단으로 정착돼 가고 있는 추세다.
2016년 20대 총선때 처음 도입된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당시 사전투표율이 12.2%였으나 2020년 21대 총선 26.69%, 2024년 22대 총선 31.3%로 높아졌다.
2017년 19대 대선때 도입된 대통령 선거의 경우 당시 26.6%라는 투표율을 보였고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36.93%라는 역대 전국단위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이 얼마나 될 지 관심사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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