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눈 감아도 보이는 내면의 회화 최지목 개인전 6월 29일까지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2025년 05월 25일(일) 1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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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Bild’(독일어로 그림, 회화, 화상, 초상, 사진, 도표, 영상, 화면, 환영, 비유, 상징, 형상, 광경, 장면, 이미지, 표상, 관념, 생각 등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
‘눈먼 풍경-빛이 나를 지나 너를 남긴다’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5·18민중항쟁을 맞아 퍼포먼스 성격으로 마련됐다.
이번 개인전은 일몰과 일출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라이트박스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타이틀인 ‘눈먼 풍경: 빛이 나를 지나 너를 남긴다’는 우리가 늘상 경험하지만 거의 지각하지 못하는 잔상의 신체적 경험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으며, 관객들이 라이트박스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보는 활동’ 자체에 주목해 관람할 것을 주문한다.
라이트박스의 일몰같기도 하고, 일출같기도 한 풍경이 벽에 사각 캔버스처럼 부착된다. 이를 보면서 시신경들이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잔상을 기기가 재인식하는 데 잔상으로 겹겹이 포개진 입체적 풍경을 관객들이 더해져 완성하는 것으로 작품이 완료되는 수순이다.
‘눈먼 풍경’은 라이트박스의 조형물이 결코 포착할 수 없는 관객들을 응시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관객들의 움직이는 신체에 대해 주목한다. 이는 우리가 늘상 경험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객체가 없다는 설정 아래 환각으로 치부되는 감각의 경이로운 풍경을 도출한다. 따라서 오프닝의 라이트 퍼포먼스 ‘당신의 망막은 나의 캔버스’는 관객들의 겹쳐진 모습들로 하나의 잔상을 만들어내는 등 입체적 풍경을 꾀한다. 막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기존 관객들의 잔상을 보는 셈이어서 입체적 풍경이 극대화된 장면을 경함할 수 있다.
작가는 관객들이 보는 활동 자체를, 물리적 객체로 구별하는 시각현상에 다채롭게 빚어진 심리적이고 내면적 형상으로 재인식하기를 희망한다. 이때 빛이 표현도구로 객체로서의 눈부신 빛의 경우 회화의 권위적 권력으로 관객의 이면에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눈 속에 뿌려지는 낯설고 기이하며 불편한 수많은 섬광의 잔상들의 현상을 목도할 수 있는데, 이 현상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인간의 감성적 서사에 낯선 풍경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전시에 앞서 “회화의 권력이 작가의 손에서 관객의 신체로 옮겨진다. 자신을 거쳐 관객의 눈 속에 남겨지는 또 다른 ‘그림’을 기다린다”면서 “이 전시는 결국, 당신의 망막 위에 그려질 단 하나뿐인 회화를 위한 프롤로그, 혹은 눈을 감아도 보이는 내면의 회화, ‘눈먼 풍경’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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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Bild’ |
최지목 작가는 한국과 독일에서 회화와 순수예술을 전공한 뒤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하고 있다. 조형작업으로는 사회, 문화적 상징 또는 기호로 사용되는 사물들을 수집해 이를 해체, 변형, 조합해 사회적 약속으로서 프레임에 대한 작가 개인의 태도를 시각화 한다. 현재는 전통적인 회화의 개념과 형식에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새로운 시선과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으로 시각예술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빛과 빛에 반응하는 신체적 감각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실험을 작품으로 녹여낸다. 그동안 작가는 아티스트로서 회화의 물질성과 객체성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표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 관객의 잔상경험 자체를 자신의 회화 핵심에 위치시키면서 회화라는 매체의 공고한 전통에 도전하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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