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의 집단학살 아픔 함께 기억할게요"

‘2025 송암·효천 5·18 추모문화제’…유가족 등 200명 참석
국가폭력 희생된 영령들 위로…나눔·연대 주먹밥 나눔도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5년 05월 25일(일) 18:28
고 전재수군(사망 당시 11세)의 형 전재룡씨.


“45년 전 송암동 일대에서 계엄군에게 학살당한 고 강복원·박재영·박인천 등 희생자 17분의 명복을 빕니다.”

1980년 5월24일 광주 남구 송암동·효천역 일대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학살 만행 등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2025 송암·효천 5·18추모문화제’가 지난 23일 송암동 효천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 전재수군(사망 당시 11세)의 형 전재룡씨, 김영철 열사의 딸 김연우씨를 비롯해 김병내 남구청장, 고광완 광주시행정부시장, 민판기 효천민주인권포럼 이사장과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문화제는 ‘기억을 담다, 삶을 잇다’를 주제로, 1부 추모식과 2부 문화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2부 문화제에서는 무용가 김연우씨(45)가 창작무용을 선보였다. 나눔과 연대를 상징하는 주먹밥 나눔 행사도 이뤄졌다.

행사가 열린 남구 송암동·효천역 일대는 44년 전 광주 외곽 봉쇄 작전을 하던 계엄군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학살한 곳이다.

사건의 발단은 오인사격으로 인한 교전이었다.

당시 11공수여단 소속 공수부대는 육로로 이동하다 남구 송암동에서 목포 방향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구축 중이던 전투교육사령부대(보병학교 교도대) 소속 대원들이 공수부대원을 시민군으로 착각하면서 오인 사격을 했다. 교전 결과 11공수 소속 군인 9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오인 사격 피해는 무고한 인근 주민들에게 전가됐다. 계엄군은 주민들에게 닥치는 대로 총격을 가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5·18 사망자 중 가장 어린 ‘오월의 막내’ 전재수군도 이 과정에서 숨졌다.

지난 2022년 남구 의뢰로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발표한 ‘5·18 송암동·효천역 일원 양민 학살 문헌조사 최종보고서’에 담긴 민간인 사망자는 17명이지만, 밝혀지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8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룡씨(66)는 “당시 재수는 그저 지나가는 군인들과 차량들이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는데,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총을 쐈다”고 울먹였다.

이어 “한 발도 아니고 무려 7~8발이었다”면서 “나중에 동생의 주검을 눈으로 보게 되니 앞(상반신)에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비참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려 감사하다. 그나마 위로가 된다. 모두가 송암동의 아픔에 함께 해주시길 희망한다”면서 눈물을 닦았다.

남구는 송암동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을 위로하고,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만행을 되새기고자 지난 2022년부터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날 김병내 남구청장은 추모사를 통해 희생된 사망자 17명의 이름을 부르며, 국가 폭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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