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더위에 집 밖으로 떠도는 쪽방촌 주민들 선풍기 종일 돌려도 후텁지근…열대야로 '야외 ‘쪽잠'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
2025년 07월 01일(화) 1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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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대인동에 위치한 쪽방촌에 거주한 B씨(57)가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
1일 오전 광주 동구 대인동 한 쪽방촌. 이곳 주민들은 실내 열기를 줄이기 위해 현관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둔 상태였다. 마당에 물을 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건물이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형성된 데다 환기·냉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좀처럼 열기가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열기가 건물을 맴돌면서 마치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3평 남짓한 원룸에서 7년째 혼자 생활 중인 A씨(66)는 “선풍기를 하루 종일 틀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면서 “밤에도 더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젊은 시절의 그는 시계 38만개를 제조·납품할 정도로 30여년 간 큰 성공을 이뤘지만, 회사가 부도난 이후에는 급격히 삶이 무너졌다. 이 때 떠안은 빚을 갚지 못해 7~8년 간 교도소 생활까지 했다.
3년 전에는 주거지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오른쪽 눈을 다쳐 시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현재는 시각장애와 함께 조현병까지 앓고 있다.
매달 기초생활수급비 등 100만원 남짓 지원을 받고 있지만 월세 30만원에 식비와 병원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특별한 벌이가 없는 탓에 식사는 하루 한 끼가 전부다. 그나마 평일에는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라면으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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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대인동에 위치한 쪽방촌에 거주한 A씨(66)는 3평 남짓한 원룸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처자식과 인연을 끊고 산다는 그는 “이렇게 더운 날엔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누굴 부를 수도 없다”면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원룸에 거주 중인 B씨(57)도 무더위에 걱정이 태산이다.
B씨는 “여름이면 숨이 막히도록 더워 방 문을 열어둬야 하는데, 그러면 모기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10년 넘게 노숙 생활을 이어온 B씨는 보증금 없이도 들어올 수 있다는 소개를 받고 4년 전 대인동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목포 등에서 새우잡이 어선 인부로 취직해 목돈을 마련했지만 전세 사기로 모두 잃었다.
B씨는 “보증금 1300만원짜리 방에 들어갔다가 60여만원만 받고 쫓겨났다”며 “현재 정부지원금 76만원과 월세 20만원을 제외한 소액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열대야가 심해져 공원 벤치에 나가도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광주 동구는 지난해부터 고립 위험이 높은 대인동·계림동 일대 여관, 모텔 등 비주거 시설 거주민을 위한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와 ‘쪽빛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센터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세탁과 샤워, 건강 상담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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