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폭염 취약계층, 나눔·연대 손길 이어지길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7월 03일(목) 17:51
양홍민 사회교육부 기자
찜통더위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쪽방촌 거주민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방문한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볕더위가 골목을 장악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실내 열기를 빼내기 위해 창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어뒀다.

마당 여기저기엔 물이 뿌려져 있었지만, 좁고 밀집된 건물 구조 속에서 공기는 좀처럼 순환되지 않았다.

열기는 벽과 천장에 스며들어 실내를 찜질방처럼 데우고 있었고 선풍기 바람은 그저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는 데 그쳤다.

기초생활수급비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이들에게 에어컨은 사치였다.

이곳에서 만났던 주민들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드러냈다.

한때 시계 38만개를 제조·납품할 정도로 30여년 간 큰 성공을 거뒀던 A씨는 사기와 건강 악화로 삶의 중심을 잃었고, B씨는 전세 사기 등으로 생존 자체가 버거운 상태였다.

주변과 단절된 이들에게 ‘견딘다’는 표현과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하루 한 끼 식사, 텅 빈 지갑, 땀에 젖은 채 더위 속 쪽잠을 청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이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체념보다 더 깊은 고독함이 가득했지만, 작은 회복의 실마리도 보였다.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와 ‘쪽빛상담소’ 같은 비주거 시설이 주민들에게 세탁과 샤워, 건강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단절된 삶에 작지만 소중한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다.

광주는 5·18을 통해 나눔과 연대의 뿌리를 다져온 도시다. 그 정신은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여름에도 누군가의 방안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

더 이상 이들이 ‘버틴다’는 말 대신 ‘살아간다’는 말을 당당히 쓸 수 있도록 광주의 나눔과 연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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