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감독 출신 늦깎이 등단 첫 시집 펴냈다 상무중 등 교육현장 34년 간 누빈 김기완씨가 주인공 김기완 시인은 나주 출생으로 영산포 영강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배구선수를 했으며, 이후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고 전남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배구감독으로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지난해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 문단에 데뷔했으며, 올 2월 광주전자공 |
2025년 07월 07일(월) 1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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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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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로 첫 시집을 펴낸 배구감독 출신 김기완 시인 |
그러던 그가 배구 대신 정년 4∼5년을 앞두고 시(詩) 공부에 몰입했다. 운동보다는 시 쓰는 일이 더 마음에 당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늦깎이로 등단한 뒤 얼마되지 않아 시집 출간에 이르게 됐다.
김 시인은 최근 오늘의 시와사람 168번째 권으로 첫 시집 ‘슬픔을 헤아리며’를 펴냈다. ‘어머니 달빛’과 ‘엄마’, ‘어머니 등’, ‘아버지 도시락’, ‘아버지 병실’ 등 가족사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번 시집은 제4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속 틈틈이 창작한 72편이 실렸다.
그의 시편들은 늘 정서적으로 가족을 향한다. 시인은 ‘바짝 야윈 듯한 나목을 붙잡고/시린 미소, 아리게 흐른다/허공에 어른대던 눈구름 한 자락 다가오자/뒤뚱거리던 자식들 놓치지 않을까/애달픔에 눈구름따라 기웃거린다’(‘어머니 달빛’)거나 ‘대각으로 누워있는 젓가락을 집어/찬밥 한 덩이를 입에 넣고/총각무 한 쪽을 베어 문다’(‘아버지 도시락’), ‘풀잎에 생을 피워 낸 이슬처럼/곧 햇빛에 사진다는 것도 알아버린/아버지의 말 없는 삶도 이와 같았을 거다’(‘아버지 병실’)라고 노래한다. 위 세편의 시 작품 모두 자식으로서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더 잘해드렸어야 했는데 라는 뒤늦은 회한이 짙게 노정된다.
이처럼 실존(實存)의 슬픔과 외로움이 읽히는 이번 시집은 영산강의 노을로 핏빛을 발하고 있는 듯한 감상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고향 영산강 주변 풍광의 서정과 가난 속에서도 희망이 돼준 어머니,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어쩌지 못했던 기억들이 시편 전체에 휴머니즘으로 승화되고 있으며, 자연을 사색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성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을 인간의 삶에 대입시키고 있으며, 소외된 기층민의 삶에 관심을 보여준다.
여기다 생태학적 상상력이 감지되는 이번 시집은 자연을 인간과 동등하게 여기거나 더 우월한 존재로 바라보는 등 자연을 의인화해 인격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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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시인이 상무중 배구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 ‘1994 제5회 CBS배 전국남녀 중·고배구대회’(서울 장충체육관) 우승 때 제자들과 함께 한 모습. |
시인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심이 들기 시작할 때는 50대다. 그때부터 습작 후 시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 나주가 고향인데 영산강 노을 등 평소 생각이 많이 났다. 운동 선수를 지도도 하고 지냈지만 시 쪽으로 마음이 더 끌려 4∼5년 전부터 시 공부에 매진하게 된 것이 오늘의 시집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찬주 소설가는 “배구선수 혹은 학생 배구감독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시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꺾이지 않는 극복의지는 시적 성취 말고도 크게 평가받아야 한다”(이경철 문학평론가·전 중앙일보 문화부장)는 반응도 덧붙이며 추천사를 통해 “실존의 슬픔과 외로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슬플 때는 슬픔 속으로, 외로울 때는 외로움 속으로 더 들어가 그것들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한국인의 정체성 중 하나인 한(恨)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 민족의 한은 꺾이는 절망이 아니라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이 ‘슬픔은 힘이다’라고 사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