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벤처기업 질적 성장의 방향은 송대웅 경제부 차장
광남일보 |
2025년 07월 28일(월) 1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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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경제부 차장 |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역 벤처 생태계가 처한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장 주목할 점은 ‘비중의 하락’이다. 광주의 벤처기업은 2014년 전체의 2.5%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8%로 줄었다. 전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는 늘었지만, 전국 벤처생태계 내에서의 지역의 존재감은 오히려 희미해진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기술 기반 서비스업이 벤처산업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R&D) 서비스, 정보통신이 3대 업종으로 부상했다.
첨단산업으로 구조 전환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는 곧 혁신의 공간이 어디에 집중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광주는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10년 전 기타제조가 가장 많던 구조에서 지난해에는 소프트웨어개발과 전자부품이 1·2위를 차지하며 첨단서비스·제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술기반 기업이 지역 벤처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성은 옳다.
그러나 전남은 여전히 일반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2·3위 업종이 기타제조, 비금속, 전자부품 순이다. 이는 10년 전과 거의 같은 모습이다. 전남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 전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벤처 생태계가 전국 흐름과 동떨어진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수도권과 비교할 때 R&D 인프라와 기술인력, 자금조달 환경이 열악하다. 또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 상용화 연계도 부족하다. 정책의 초점이 여전히 ‘창업 숫자 늘리기’에 머무르고 있어 산업구조 전환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지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광주는 이미 IT 기반 서비스업 확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확장해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융복합 벤처를 육성해야 한다. 전남은 탄탄한 제조기반을 디지털 전환과 연결짓는 ‘제조업 스마트화’ 전략이 절실하다.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동일한 기준에서 경쟁할 수 없는 구조에서 지역 벤처의 자생력만을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산업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유연하고 차별화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지금 지역 벤처기업의 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이 늘고 있는가, 어떤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가이다.
지역이 기술 중심의 벤처지대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