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섬의 날을 기억하자 이현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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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0일(일) 16: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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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짜가 법정 기념일이 된 것은 2018년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서개발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덕분이다. 기념일 지정에는 나름의 상징이 깃들어 있다. 무한대를 뜻하는 기호(∞)와 닮은 숫자 8을 두 번 겹쳐, 섬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표현한 것이다.
섬은 전남에서 유난히 특별하다.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한국섬진흥원이 공식 집계한 대한민국의 섬은 총 3390개. 그중 전남이 보유한 섬은 유인도 277개, 무인도서 1741개를 합해 2018개에 달한다. 전국 섬의 60%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섬이 단순한 지리적 존재를 넘어 전남의 역사·문화·경제를 관통하는 생활 기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섬의 날’을 돌아보는 감회는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수많은 섬은 여전히 교통, 의료, 교육, 생계 등에서 내륙보다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청년층 유출이 가속화되고, 일부 섬은 행정구역상 존재하지만 실상은 사람이 살지 않는 ‘이름뿐인 섬’으로 남아 있다. 섬이 국가와 사회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순간, 해양영토의 전략적 가치도 서서히 희미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섬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관광객 유치 행사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섬 주민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섬을 잇는 연륙·연도교 건설, 여객선 현대화, 특산물 판로 확대, 디지털 기반 원격의료와 원격교육 확대는 모두 시급한 과제다. 이를 국가 정책 속에 구조적으로 녹여내지 못한다면 ‘섬의 날’은 해마다 같은 말만 반복하는 행사로 남을 것이다.
섬은 국토의 끝이 아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세계와 만나는 시작점이자, 기후위기 시대 해양생태계 보전의 전초기지다. 전남의 섬들은 오랜시간 동안 바람과 파도 속에 서 있으면서도,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어왔다. ‘섬의 날’을 기억한다는 건, 그 이야기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이자 섬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미래로 열어놓는 일이다. 이제 막 지나간 8월 8일, 숫자 ‘8’ 속에 숨은 무한대의 의미를 다시 읽어야 한다. 섬을 기억하는 마음이야말로, 섬이 내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