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일본군 위안부 징발 소문' 실형 첫 확인

유언비어 유포 혐의·주민 4명 처벌…일제 은폐·탄압 실태 증명

영암=한창국 기자 hck1342@gwangnam.co.kr
2025년 08월 10일(일) 17:21
송명심씨 판결문
일제강점기 시절, 영암군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 제도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영암군은 최근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관련 판결문 2건을 발굴했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판결문은 1937년 중일전쟁 이후 1938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된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지역 주민들이 처벌받은 사실을 담고 있다.

군은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정부 기록보존소)이 소장하고 있던 원본 판결문과 번역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1938년 영암군 도포면 수산리에 거주하고 있던 영막동씨는 송명심씨 집(덕진면 장선리)에서 “황군의 위문을 위해 12세 이상 40세 이하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내기 때문에 올해 농번기 이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며칠 후 밭에서 귀가하던 송명심씨는 마을 구장(마을 대표)이 부녀자 수를 방문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기의 딸(당시 15세)도 대상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부녀자 인원조사를 지시한 이를 찾아가 “영막동에게 황군의 위문을 위해 12세이상 40세 이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낸다고 들었는데 구장의 조사도 이를 위한 것이냐? 모두 위안부로 보내진다는데 사실인가?”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항의가 유언비어 유포라는 혐의로 이어져 영막동·송영심씨는 체포됐다. 이후 이들은 육군형법위반으로 각각 금고 4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는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관련 소문을 퍼뜨린 주민들에게 형사 처벌을 가한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러한 일제의 행위는 같은해 영암군 도포면 성산리에도 확인됐다.

한만옥씨는 나주 방면에서 “처녀들을 중국에 있는 황군 위문을 위해 모집 중이다”라는 말을 듣자 같은 마을(영암군 도포면 성산리)에 거주하는 이운선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이운선씨는 다른 사람 집에 향한 뒤 “딸을 둔 사람은 빨리 시집보내라. 당국에서 황군 위문 처녀를 모집 중이며 나주 방면에서는 이미 3~4명의 처녀가 중국으로 보내졌다”고 알렸다.

이 발언 역시 유언비어 유포로 간주해 육군형법위반으로 이운선씨는 금고 6월 집행유예 3년, 한만옥씨는 금고 4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다.

군은 이번에 발굴된 4인을 정부에 알려 전국적인 사례를 추가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관련 인물들의 후손을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송명심씨의 유족에게는 해당 사실을 알렸다.

우승희 군수는 직접 유족을 찾아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승희 군수는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장애요소를 없애기 위해 유언비어 죄로 형사 처벌까지 했던, 당시 억압과 통제의 시대적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기록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의 역사를 놓치지 않고 확인하고 역사와 진실을 후세에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 발굴에 헌신한 박광섭 순국선열·독립운동가 선양사업회장 회장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암군은 전문가 검증을 거쳐 이번 사료를 학계와 공유하고, 향후 역사 전시·교육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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