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푸드,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수출이 산다

홍우진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8월 11일(월) 16:03
홍우진 농업연구사
2025년 8월 현재, 넷플릭스의 K-POP 기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20일에 개봉 이후 한 달 동안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등장한 음악도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외국에서 흔히 일본식으로 발음되는 ‘라멘(Ramen)’이 아닌, 한국식 표기인 ‘라면(Ramyun)’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를 넘어, ‘한국적인 것’에 대한 정체성과 표현 방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의 농식품 수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 남부지역, 특히 전남도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유자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본식 발음인 ‘유주(Yuzu)’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유자(Yuja)’가 한국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일본산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유자의 독특한 향과 건강 효능이 주목받으며, 유자를 원료로 한 음료, 디저트, 조미료 등의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 유자의 수출량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 유자차 수출 금액은 2019년 3850만 4000달러에서 2024년 6132만 3000달러로 약 59% 증가하였다.

그러나 현재 유자 제품이 일본식 명칭으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은, 한국산 유자의 시장 점유율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자(Yuja)’라는 고유한 한국식 명칭을 정착시켜 한국산 유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K-푸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춘 다양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은 기존의 유자청 제품에서 벗어나, 유자 음료, 유자 발포 비타민, 유자 단백질, 유자 조미료 등 다양한 형태의 유자 가공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해외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동시에 ‘유자(Yuja)’라는 고유 브랜드 명칭을 유지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지난해 전남농업기술원이 중국 현지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유자에 대한 인지도, 맛 평가, 구매 의향을 조사한 한 결과는 흥미롭다. ‘인지도’ 항목에서는 응답자 5명 중 4명이 중국 유자와 한국 유자의 차이를 모른다 고 응답했다. 이는 국가적 출처와 고유성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는 브랜딩의 미비, 특히 ‘유자=한국’이라는 인식이 아직 현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자리 잡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응답자의 60%가 ‘한국 유자 제품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제품 자체의 매력과 접근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음을 시사하며, 인지도와 브랜드 정체성만 강화된다면 시장 확대의 여지가 충분함을 의미한다.

‘맛 평가‘와 ’구매 의향‘ 부문에서는 유자 발포 비타민과 유자 음료에 대해 각각 71%, 68%가 ’맛있다‘고 평가 했으며, 정식 판매 시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유자의 특유의 상큼하고 청량한 맛에 친숙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유자 음료(에너지드링크)를 개발해 중국에 30만 병을 수출했고,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제품 테스트를 넘어, 실제 소비 시장에서의 수요를 입증한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기능성 음료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중국 F&B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유자를 활용한 ‘프리미엄 기능성 제품’으로의 포지셔닝 전략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한국 유자의 수출 전략이 단순한 품질 경쟁을 넘어서, 정체성 있는 브랜드 구축과 현지 맞춤형 제품 다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유자(Yuja)’라는 고유 명칭을 통해 한국산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각인시키는 동시에, 기능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군 확대를 병행한다면, 글로벌 소비자의 인식 제고와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 모두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유자 수출을 넘어, K-푸드 전반의 가치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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