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술 판매 허용 1년…반응 시큰둥한 이유는? 2024년 5월 법규 시행…광주 음식점·주점 등 판매 꺼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
2025년 08월 11일(월) 18:09 |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눠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 사유로 명시했다.
주류에 탄산 등을 섞거나 맥주를 빈 용기에 담는 행위는 단순 가공·조작으로 간주해 칵테일과 생맥주의 경우 잔술 판매가 원칙적으로 가능했다.
반면 위스키나 소주, 막걸리, 사케 등을 잔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단순 가공·조작이라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기재부가 이번에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잔술은 2000년대 초반까지 포장마차 등에서 판매됐으나 주류 문화가 달라지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잔’ 단위로 주류를 팔도록 허용하면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광주지역 대부분의 음식점, 주점에서는 잔술 판매를 꺼리고 있었다.
소주나 막걸리를 잔술로 판매할 경우 뚜껑을 자주 여닫으면서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술을 팔면 손님 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도 이유다.
실제로 대다수 음식점의 메뉴판에는 병당 3000~5000원에 맥주, 소주를 판매한다고 기재됐지만 ‘한잔’, ‘잔술 판매’ 문구는 없었다.
동구 대의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호철씨는 “술을 가볍게 즐기는 방향으로 음주 문화가 변화해 1인 가구, 1~2잔만 먹는 사람을 위한 잔술 판매를 고민했지만 매장 특성상 생맥주 주문이 많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잔술보다는 차라리 한 병을 주문한다. 다른 식당에서도 잔술 판매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육전, 김치전 등 모듬전을 주 메뉴로 판매하는 막걸리집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50대 업주는 “발효주인 막걸리는 한 번 뚜껑을 따게 되면 특유의 청량함과 특유의 산미를 오랫동안 보유할 수 없다”면서 “잔술을 팔려면 메뉴판 뿐 아니라 포스기(판매 정보 관리 기기)도 바꿔야 하는 등 번거롭다”고 혀를 찼다.
손님들도 위생과 관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모씨(36·화정동)는 “잔술은 누가 먹었는지, 이물질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어짜피 안주도 먹어야하는데 오히려 돈이 더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잔술 판매 현실성을 지적하며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윤상현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 부장은 “지난해 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로부터 컨설팅, 관련 문의가 들어오지 않는다. 제도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