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후손으로서 자부심…대한민국 만세" 광주 고려인마을, 광복 80주년 봉오동 전투 재연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
2025년 08월 17일(일) 17:25 |
![]() |
80년 전 광복을 위해 앞장섰던 선조들의 함성이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독립투사 후손들의 목소리로 다시금 뜨겁게 울려 퍼졌다.
지난 15일 광주 고려인마을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항일정신과 독립운동의 체험 기회 제공을 위해 ‘역사를 이어가는 고려인마을’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재외동포청과 광산구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고려인마을이 협력했으며 광주지방보훈청은 고려인 동포 참가자들을 위한 기념 물품을 후원했다.
이날 오전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에는 우비를 차려입은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화관은 순식간에 고려인마을 주민, 광주 고교 역사동아리 학생, 시민 등 4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곳을 찾은 이들의 손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태극기 우산과 물총, 비눗방울 장난감 총이 들려 있었다.
오전 10시 문화관을 나선 참가자들은 일본군 복장을 한 이들과 물총으로 전투를 벌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물총을 쏘며 200여m를 이동해 홍범도공원에 도착한 이들은 태극기 우산을 머리 위로 흔들며 큰 소리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독립 전쟁사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둔 봉오동전투를 재연한 거리 행진은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를 후손들이 다시 느껴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봉오동전투는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물리친 전투로, 홍범도·최진동 부대가 일본군 정규군을 대패시켜 독립군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 항일 무장독립운동사에 빛나는 전과 중 하나로 꼽힌다.
![]() |
광복절 80주년인 15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광복절 기념 행사 일환으로 봉오동 전투를 재연하는 거리극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광주 광산구 |
월곡 고려인문화관 ‘결’에서부터 홍범도공원까지 고려인마을 항일 독립로를 따라 진행된 행진은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꿈을 꾸게 해 준 전투의 의미를 오늘을 사는 후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재연 행사 후에는 광복 80주년 기념음악회가 펼쳐졌다.
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은 ‘광복절 노래’ 등을 부르며 독립운동과 민족정신을 기렸고, 오케스트라는 8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곡을 합창했다.
또 아리랑가무단은 ‘고려아리랑’을 비롯한 노래와 춤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동포의 애환을 담아냈다.
이외에도 부대행사로 ‘독립운동가와 인생네컷’, ‘자개 태극기 키링만들기’, ‘태극기 무궁화 페이스페인팅’, ‘홍범도 장군 무드등 만들기’ 등 독립운동, 역사문화 체험부스 등도 참가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마을 구성원들이 연해주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독립군의 후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고려인의 역사·문화 등을 통해 후손들이 우리 민족의 독립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고려인과 주민들이 하나가 돼 즐기면서, 홍범도 장군 동상을 보며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강제 이주 애환을 지닌 고려인의 후손이 모여 사는 광주 고려인마을은 해마다 삼일절과 광복절마다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마을 행사를 이어왔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