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애도 반응: 우리는 어떻게 상실을 견디는가

임규훈 약샘한의원 원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8월 20일(수) 17:39
임규훈 약샘한의원 원장
우리 삶에서 애도는 피할 수 없는 경험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을 때 우리는 극심한 슬픔 속으로 빠져든다.

이러한 애도 반응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생리적, 정신적 변화를 모두 포괄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애도를 겪으며 부정·분노·거래·우울·수용이라는 5단계를 거쳐가지만, 실제 경험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애도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니다. 처음에는 믿기 힘든 손실이라는 부정이 찾아온다. 그 이후에는 분노가 일어난다. 그리고 난 후 ‘왜 나에게 이런 일을’하는 협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후 깊은 슬픔과 무기력에 빠지는 우울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수용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이 경로를 일정한 순서로 밟아가지는 않는다.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의 애도는 흔들리며, 때로는 후퇴하고, 다시 마주한다.

심리학에서는 애도를 상실 지향과 회복 지향 과정을 오가며 치유해 나간다는 이중과정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상실 지향은 슬픔과 상실을 직면한다.

반면에, 회복 지향은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시도다. 두 과정 사이를 오가는 흔들림이야말로 건강한 애도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애도는 정서적 반응뿐 아니라 신체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불면, 식욕 저하, 피로, 소화불량,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일부는 과도한 긴장이나 우울감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드물게는 지속성 애도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속성 애도 장애는 상실 이후 1년 이상(성인 기준), 6개월 이상(어린이 또는 청소년 기준) 강렬한 슬픔과 일상 기능 장애가 지속될 때 진단될 수 있다.

강한 그리움, 정체성 상실, 감정적 무감각, 의미 상실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 정도의 애도자가 이 상태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체성 붕괴(자신의 일부가 죽은 것 같은 느낌), 죽음에 대한 뚜렷한 불신감,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을 회피, 죽음과 관련된 강렬한 감정적 고통(분노,쓰라림,슬픔 등), 재통합의 어려움(친구와 관계 문제, 관심사 추구, 미래 계획 등), 정서적 무감각(정서적 경험의 부재 또는 현저한 감소),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느낌, 극심한 외로움(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된 느낌) 중에서 3가지 증상을 경험할 경우 이렇게 진단한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애도 반응 역시 정(情)과 기(氣)의 변화로 보고, 이를 통합적으로 치료하게 된다.

한의학 치료는 주로 한약, 침술, 그리고 기타 보조 요법으로 이뤄진다. 다양한 임상 연구에서 이들 요법이 다양한 질환에 효과적으로 활용된 바 있다.

예를 들어 한약과 침술은 우울증, 통증, 불면 등과 같은 정신·신체 병발 증상에 부작용 없이 효과적인 치료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만약 애도 과정에서 생리적 불편감이나 정서적 혼란이 깊어질 경우, 한의학적 접근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약 처방은 개인의 체질과 정서 상태에 따라 맞춤처방을 통해 불안감, 수면장애, 소화 장애 등을 완화할 수 있다.

침술 치료는 특정 경혈을 자극해 기혈 순환을 조절하고 정서를 안정시키며, 마음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통합 요법은 한약·침술 외에도 추나요법, 향기 요법, 정신심리요법 등이 결합될 수 있다. 예컨대 하지불안증후군 대상 연구에서는 이러한 복합 요법이 적용된 바 있다.

비록 애도 자체를 치료 대상으로 보지는 않지만, 애도가 과도하게 신체적 고통과 정서적 장애로 이어질 때, 한의학은 이를 완화하며 회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애도는 입체적인 과정이다. 심리적 해석, 신체적 반응,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 내는 회복이 모두 포함된다. 일반적인 애도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일상으로 통합돼 간다.

하지만 때로는 애도가 멈추지 않고 일상을 가로막을 수 있다. 이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편, 한의학적 방법은 정서적 고통이 신체로 드러났을 때, 이를 다면적으로 케어할 수 있다. 한약으로 기(氣)와 정(情)을 조율하고, 침술로 흐름을 조절하며, 필요 시 정신적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애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의미를 찾아가는가가 중요하다. 의미 부여는 애도의 고통을 지나 성장과 회복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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