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미술관인가’ 물으며 서로가 서로를 각인

‘미술·소리 연계’전 이강하 미술관서
내달까지 장애인·비장애인 공유 시도
문선희·신미경·장전 프로젝트 출품
수어·음성 해설…점자 워크북 등 도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8월 21일(목) 18:04
신미경 작 ‘풍화프로젝트’
신미경 작 ‘화장실 프로젝트’
보이지 않는 세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주변에는 많다. 시각장애인이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하지만 그들에게는 예리한 마음의 눈까지 장착돼 있다. 멀쩡하게 두 눈 다 보이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현실인가. 이런 가운데 일반인 전시관람객에 맞춰진 전시문화 속 모처럼 시각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이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점자 해설서나 전시 원본 사이 점자를 박은 작품,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닥에 점자판을 작품 따라 설치해 시각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만족감 높은 전시를 구현했다. 여기다 지역에서는 흔치 않은 기획들이 녹아나면서 퀄리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강하미술관이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협력해 지난 20일 개막, 오는 10월 30일까지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여는 전시가 그것으로, 다른 일반 전시들과는 달리 모두가 이용 가능한 ‘모두의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

이번 전시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전시이자 예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 대부분의 시각예술 전시가 ‘본다’는 감각을 통해 예술의 의미를 전달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본다’는 감각 외 다른 감각들을 일깨워 예술의 의미를 관람객에게 전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선 학예실장이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선 학예실장
특히 전시장을 찾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이를테면 전시장 안에는 쉬운 말과 큰 글씨 전시안내문, 수어 해설영상, 작품 음성해설, 접근성 테이블에 비치된 점자 워크북과 전시 안내 촉지도를 활용한 전시의 이해와 접근방식을 제공한다. 전시 관람 동선에 따라 작품 앞에 점자 블럭을 설치하고, 미술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 미취학아동, 노약층까지 편리한 이동성과 접근성 확보 방안을 위해 전시장 조성 및 휴식 공간을 구성했다. 전시 이해를 도울 매니저도 대기 중이다.

아울러 장애인과 문화 소외계층에서 느끼는 물리, 심리적 장벽과 사회적 관점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무장애콘텐츠를 연구, 개발해 감각을 확장하는 등 장벽을 없애는 현대미술작품들을 엄선해 구성됐다.

또한 이 전시는 단순하게 시대가 정한 의료적 관점에서 정상과 장애인으로 구분했던 경향을 버리고, 볼 수 없지만 볼 수 있는 감각, 감정을 통해 설치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지역의 무장애 접근성 프로그램 연구개발을 통해 광주 공립미술관의 문화소외계층 관람객 확대 및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미술관에서 만나 예술적 경험과 일상적 활동을 연결할 수 있도록 꾀했다.

참여 작가로는 문선희(사진), 신미경(조각), 장전 프로젝트(AI미디어아트, 장준영&전지윤) 등이다. 이들 작품은 한결같이 기존 작품을 새롭게 무장애 전시 작품으로 재구성하고 각 작품들을 통해 타자의 몸에 전달되는, 또 다른 감각을 확장해 느낄 수 있도록 제작, 배치했다.

문선희 작 ‘라니’
오디오 체험과 점자 블럭
문선희 작가는 ‘고라니’를 모티브로 해서 다양한 사진 작품으로, 장애인 외에도 비장애인들이 직접 손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 반열에 오른 신미경 작가는 비누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닳아 없어지지만 향기를 발산하는 비누의 성질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이와함께 장전프로젝트는 AI기술을 활용 소리, 이미지, 기억 등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예술품으로 재구성했다. 기분 상태를 작품으로 체크할 수 있다.

전시장 출구 세면대에는 신미경 작가의 ‘화장실 프로젝트’가 설치됐다. 이 작품은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55767094515287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8월 22일 02: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