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 같은 '미드'…경계 흐려지고 협업으로 확장된 K-드라마

한국인·한국어 쓴 美제작 ‘버터플라이’·‘파친코’…"한국 작품 해외 인기에 힘입어"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현지 업계에서도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한국 드라마 지식재산(IP)을 현지화하는 것은 물론 협업 제작 제안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yna.co.kr
2025년 08월 24일(일) 13:57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희, 대니얼 대 김, 레이나 하디스티, 김지훈, 션 리차드.연합뉴스.
시끄러운 노래방에서 취객들과 어울려 절절하게 노래를 부르던 남자. 비틀대며 걷다가 “소주를 더 가져왔다”며 옆 방에 들어가더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첩보요원을 급습한다.

두 사람이 엉켜 싸우는 와중에 노래방 리모컨이 눌리면서 아바의 ‘댄싱퀸’이 흘러나온다.

노래방, 소주,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 등 한국적인 요소로 가득하지만, 이는 미국 드라마 ‘버터플라이’의 한 장면이다.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한국의 음식과 화장품을 비롯한 문화 전반이 널리 사랑받으면서 ‘한드’(한국 드라마) 같은 ‘미드’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2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시리즈 ‘버터플라이’는 ‘한드 같은 미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아마존 MGM 스튜디오에서 제작했지만, 배경은 한국, 등장인물도 대부분 한국인, 대사의 상당 부분도 한국어다.

김태희, 박해수, 김지훈, 성동일, 이일화 등 국내 배우들이 출연하고, 김진민 감독이 연출에 참여했다.

총괄 제작과 주연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이 맡았고, 각본 역시 한국계 작가 스테프 차가 썼다.

아예 포스터에 ‘버터플라이’라는 제목과 함께 ‘나비’라는 한국어 제목을 병기하면서 한국적인 요소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대니얼 대 김은 “한국은 제 정체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버터플라이’는 저 자신과 같다. 미국 드라마지만 그 중심에는 한국의 심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보다 앞서 화제를 모은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계 미국인 수 휴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이민진 작가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코고나다, 저스틴 전 등 한국계 감독이 공동 연출했고, 출연 배우도 김민하, 윤여정, 이민호 등 한국인들이다.

해외 드라마에서 한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경우도 눈에 띈다.

‘갱스 오브 런던’ 시즌3은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획·연출·각본 등 제작을 총괄하는 쇼러너를 맡은 드라마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엑스오, 키티’처럼 한국 문화를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도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성공을 거뒀고, K-팝부터 K-푸드, K-뷰티 등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끈 영향으로 풀이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은 최근 아리랑TV 토크쇼에서 “여러 할리우드 제작사가 K-팝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언급했다. 대니얼 대 김 역시 “최근 K-푸드, K-드라마, K-뷰티 인기가 높고, 미국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했다.

반대로, 한국 드라마이면서 해외 배우를 기용하거나 해외 제작사와 협업해 만드는 드라마도 늘고 있다.

디즈니+ ‘북극성’은 ‘미드 같은 한드’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 제작사가 만들었지만, 할리우드 배우 존 조가 미국 국무부 차관보 앤더슨 밀러 역으로 출연한다.

주인공 문주(전지현)가 외교관이자 전 유엔대사로 나오고 국제 정세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도 다수 나올 예정이다.

국적을 분류하기 어려운 협업 드라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첫사랑 도그스(Dogs)’를 일본 TBS와 공동 제작했고, SLL은 TV아사히와 손잡고 드라마 ‘마물’을 공동 제작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현지 업계에서도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한국 드라마 지식재산(IP)을 현지화하는 것은 물론 협업 제작 제안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yna.co.kr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현지 업계에서도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한국 드라마 지식재산(IP)을 현지화하는 것은 물론 협업 제작 제안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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