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회장

"지역 중소기업 삼중고…현장체감형 지원 시급"
매출 부진·자금난에 평균 영업기간 6.5년 불과
소비인구 감소·수도권 집중 등 경영 갈수록 악화
정책자금 수도권 쏠림 지방 기업 지원 사각지대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5년 09월 08일(월) 14:57
우리지역 경제살리기, 정책플랫폼 발대식에 참석한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회장.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공격적 관세정책 여파, 고환율 등 악재와 함께 소비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수요 위축, 자금 조달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정책자금의 지역 배분 확대, 인력난 해소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 회장을 만나 지역 중소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방향과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상황을 진단한다면.

△한국 경제는 동시다발적 정치, 경제, 통상 리스크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몇 년 간 정치 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정작 중소기업에 필요한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급격한 소비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영향으로 더 큰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최근 조사 결과, 창업 후 폐업까지 영업 기간은 평균 6.5년에 불과하고, 3년 미만의 단기 폐업자 비율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폐업 사유는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86.7%)’가 차지했는데, 호남권은 그 비중이 91.2%로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 중소기업 자금사정도 지속해 악화 중인데 매출 부진과 인건비 상승으로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어느 때보다 지역 활력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큰데, 지역 내 업종별 경영 애로는 어떻게 다른지.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광주 수출은 증가했지만, 전남지역 수출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감소폭이 컸다고 한다. 광주지역은 기계, 반도체 등 주력품목 수출이 오히려 증가했지만, 전남지역은 석유, 화학 제품 수출이 급감했다. 지역별, 업종별로 최근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이 다른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장벽을 예고한 만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관세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도 있어 우려된다. 중소기업은 직접수출 보다는 수출 대기업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간접 수출 비중이 높은데, 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피해 경감을 위한 관세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내 생산기반과 납품처 다변화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회장은 광주 양동전통시장 소상공인 e-커머스 세미나에 참석했다.
-인력난은 가장 큰 숙제다. 지역 기업들의 인력 수급 상황은 어떻고, 어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지.

△중소기업이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 격차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연봉과 복지 수준은 대기업의 6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중소기업은 불안정한 직장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탓도 크다. 정책적으로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그 과실은 근로자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바로 잡고,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보다 반가운 건 공정거래나 납품단가 연동제 같은 제도가 드디어 ‘제도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원자재 값이 올라가도 단가 반영이 어려워서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았는데, 이제는 제도적으로 근거가 생기고 있어 상생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 되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도 현장에서 체감 못 하는 분들도 있고, 일부 제도는 신청 과정이나 요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예전보다 ‘중소기업 눈높이에 맞춘 정책’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한 변화라고 본다.



-정부의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기조에 대한 견해와 적용 가능성을 전망한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분명히 필요하고 방향성면에서도 시의적절하지만 초기 투자비용, 지역 격차 영세·비제조 중소기업 접근성 확대 등 인프라·인력·인식의 현실 장벽을 극복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 적용은 제한적일 수 있다. 체감도도 낮을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맞춤형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회장이 김장대전에 참석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청년이 지역 중소기업에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청년들이 안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 저변이 확대돼야 하는데 우리 지역의 전략산업을 기반으로 다수의 혁신기업을 육성해 혁신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광주는 AI 집적단지, 미래차, 에너지산업, 전남은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들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면 관련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늘어나고 청년들이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정책자금의 수도권 쏠림’을 지적한다. 지역 입장에서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지역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에 있다. 비수도권일수록 금융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정책금융조차 서울에 편중되고 지방은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혁신 활동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57.2%가 ‘혁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혁신 역량 중 가장 필요한 요소로 ‘자금 조달 능력’을, 정부에 바라는 가장 중요한 지원 방안으로 ‘정책자금 확대’를 꼽았다. 이는 기술력은 있으나 외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에게 정책자금이 성장의 핵심 기반임을 시사한다.

광주·전남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광주는 AI 및 광융합, 전남은 그린에너지 및 소재부품 산업 등 미래 유망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사업화나 R&D 자금 유치는 수도권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중진공, 소진공 등 주요 정책금융 기관의 거점도 대부분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현장에서 실질적인 상담이나 맞춤형 컨설팅을 받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우대 배분 기준 마련, 지역 전용 정책자금 트랙 도입, 나아가 정책자금 심사 권한의 일부를 지역에 위임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지역 기업들도 수도권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안 과제나 전략이 있다면.

△올해도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그것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 현안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전달하는 ‘다리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며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지원이 현장에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간 협업과 조직화를 통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올해 2~3개 신규 협동조합 설립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중앙회는 공제사업기금 대출 이자율을 인하했고 지자체와 협력해 이차보전사업(이자 2% 지원)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해당 사업 예산이 빠르게 소진돼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자금 회전이 생명인 중소기업에게는 단 1~2%의 이자 부담이 경영에 큰 차이를 만드는 만큼, 보다 많은 기업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임경준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회장이 지역 중소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방향과 해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노란우산 공제제도와 관련해 지역 가입 현황과 제도 활성화 방안은.

△올해 6월 기준 광주·전남의 노란우산 누적 가입자 수는 16만 7471명, 재적가입자 수는 10만 27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 9.65%, 3.85% 증가한 수치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노란우산 공제를 통해 폐업·노령 등 생계 위협에 대비하고, 재기 기반을 마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침체와 폐업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6월 기준, 광주는 1674명에게 246억원, 전남은 1601명에게 212억원의 폐업공제금을 지급, 지역 내 실질적 재기 지원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역시 제도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최대 24만원의 장려금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 11억원, 전남도는 11억 28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먼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더해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까지, 우리 지역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중소기업의 잠재력과 회복력을 믿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내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57311045516569015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08일 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