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암의 미래 ‘RE100’ 조정현 영암읍주민자치회 감사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09월 10일(수) 1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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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 영암읍주민자치회 감사 |
모든 면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관심도 두지 않아 세계의 중심에서 급격히 멀어지고 있던 대한민국의 위상과 비슷하게 RE100은 우리나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점에 지구의 미래에 대한 가장 강력한 화두인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큰 관심 사항은 RE100이다. RE100은 영국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출범한 것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전 세계 500대 기업을 포함해서 연간 100GWh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대상이며, 우리나라도 SK, 삼성, LG, 현대, 롯데, 네이버, 카카오 등 3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도와 날씨의 패턴이 바뀜을 의미한다. 태양의 활동 변화 또는 대형 화산의 분출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자연적 현상도 있지만 1800년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류의 활동이 주요한 요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초래해 현재 지표면의 온도는 산업혁명 시기인 1800년대보다 1.2℃ 상승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1.5℃ 상승까지가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지속한다면 현 세기말(2100년)에는 3.1℃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지구는 인류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에 RE100은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RE100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그 기업들이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원료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게 돼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은 필수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 공급망 기업들이 RE100에 대응하도록 방안을 구상하며 RE100 산업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RE100 산업단지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풍부하게 생산하는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입주기업에 저렴하게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특혜를 주어 RE100을 실현하는 구조이다. 이는 기업의 RE100 대응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을 일치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RE100 산단에 대해 발표를 할 때면 늘 ‘권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서남권’이라는 표현으로 발표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남 서남권역을 묶어 RE100 산단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권역을 어떻게 묶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계별로 진행할 일이겠지만, 영암군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우선 영암군은 대불국가산업단지를 가지고 있다. 이 산단을 RE100 산단으로 전환하려면 재생에너지 생산이 중요하다. 영암군은 영암호의 수상 태양광과 간척지, 그리고 삼포지구 등에 태양광과 풍력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 인근 지역에 바이오 수소 생산시설 30기를 설치해 대불산단 기업 등과 연계하면 RE100을 즉시 실현할 수 있는 준비된 지역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산단을 조성하고, 재생에너지 시설 확보 등 복합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 산재해 RE100 실현단계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대불산단에는 건조 물량 전량을 수출하는 ‘현대삼호조선’이 있다. 앞으로 북극항로가 열리면 늘어날 선박 수주량과 AI 시대로의 데이터 전환은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RE100을 위해 영암의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또 정부에서 부가적으로 RE100 산단을 위한 주거지역으로 에너지 신도시 조성을 요구한다. 영암군은 이미 나불도를 중심으로 복합도시 조성이 예정돼 있다. 이곳에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면 현 정부가 원하는 지산지소형 미래지향적 ‘RE100 혁신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RE100은 영암군 미래의 먹거리이다. 영암군은 농업군에서 대불산단이 들어오며 기업을 가진 군이 됐지만, 전 군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수혜는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RE100 사업으로 에너지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전 군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군민 보편복지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영암군민으로서 자부심과 자존감은 크게 상승하게 되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대불산단이라는 국가산단을 지닌 준비된 영암이 서남권 RE100 산단의 허브가 될 날을 기대한다.